■ 裵 恩慶소장은…
배 소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그리고 변화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조그만 동기만 주어진다면 스스로 잘 굴러가고, 그 파급효과도 폭발적”이라는 것,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달라진다”고 했다.
도봉구보건소가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건강한 직장, 건강한 마을, 방과 후 교실 만들기 사업이나, 심 ㆍ뇌혈관질환관리사업, 재활사업, 방문진료 사업의 성과도 “찾아가는 사업”을 목표로 직원들 스스로가 보람을 가지게 함으로서 일군 결실이라는 설명이다. 그런 만큼 배 소장은 易地思之의 자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주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주민의 입장에서, 공무원이 편한 대로가 아니라 주민이 편한 것을 찾아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원인이 화를 낼 때 변명하지 말고, 들어 줄 수 있는 마음, 주민 모두가 구청장이라는 정신만 있다면 굳이 친절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 올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말이다. 건강한 방과 후 교실 만들기 사업의 경우 도봉희망창조단 구성 등 활용 가능한 지역자원을 최대한 동원함으로서 훨씬 더 주민 참여의 폭을 넓히고 있다.

배 소장은 이렇듯 사회적 지지도를 굳건히 해야 지속 가능한 도시 만들기 사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1981년 이화의대를 졸업하고 10여년 동안 “잘 지내다”가 뜻하지 않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1991년 동대문보건소 관리의사로 시립동부병원에서 “늦게”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행려 환자가 많은 시절이라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 다고 한다. 나 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인생을 보는 눈이 넓어 졌다”고 했다.
공직에 몸담으면서 개인의 힘으로는 힘들지만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여 더 많은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적 지지대의 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上善若水를 좌우명처럼 항상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도 그 때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는 자기 자신의 다짐이라고 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으며 물 흐르듯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좋은 것, 가장 훌륭한 것은 물과 같은 것, 즉 가장 이상적인 삶은 물의 본질적인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의 저자, 정 호승 시인의 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정화를 가꾼다는 배 소장은 최근엔 5ㆍ18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았다고 했다. 이 영화가 전해주는 '나름의 의미'는 힘없고 평범한 민중들이 '항쟁의 주체'로 나서는 과정, 그리고 (항쟁으로) 죽은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 간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배 소장은 이 영화를 보면서 “가해자나 피해자나 모두가 결국은 피해자”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 영화 종결부에 등장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진을 찍는 환상적인 장면이 뒤따르는데 거기서 죽은 사람들은 밝게 웃으며 춤추는 반면, 살아남은 간호사 신애는 어두운 표정에 사로잡혀 있다.
희생당한 사람들에 대한 살아남은 자의 부담감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배 소장의 易地思之는 이렇듯 모든 일상에서 체화 되고 있는 듯 했다. 공공기관의 역할이나 개인적인 성취의 방식, 사회적 안전망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기업의 목적은 고객과 시장을 창조하는데 있다고 한다. 지역 단위 보건소의 운영도 이러한 기업의 생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환경변화에 둔감한 것도 발전을 포기한 기업을 위협한다.
배 소장이 말하는 변화와 易地思之는 고식적인 정책에만 집중 할 것이 아니라 주민이 모르던 요구사항을 찾아내 새로운 사업과 방안을 제시하는 블루오션 전략이다. 어떤 名醫도 한 가지 증상만 듣고 문제를 진단해내지는 못한다. 증상과 원인,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구분해 내는 디테일에 대한 집중이 결국 차이를 만든다. 배 소장의 易地思之나 上善若水는 곧 이러한 인간관계의 성실함을 강조하고 있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
【주요 약력】1981년 이화의대 졸업, 1991-1995년 동대문보건소 관리의사, 1995-1999년 동대문보건소 보건지도과장, 1999-2001년 서초구보건소의약과장, 2001~2006년 서초구보건소장, 2006년~현재 도봉구보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