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하중은 있되, 통증은 없는…”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4. 8. 22. 09:53


#. 취약함은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인간의 특징이다. 인간성을 발견한다는 것은 곧 인간의 취약함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인간은 취약하므로, 인간에게는 울어도 될 곳이 필요하다. 그곳을 성소(聖所)라고 부른다. _21

 #.누가 마음속 말을 다 할 수 있는가. 하지 못한 말들은 내장 속에서 고이 썩다가 마침내 사리(舍利)가 된다. _45

  #. 그래 맞아, 당신이 분노하는 것은 삶의 불완전함에 민감해서 그런 거야. 그 분노에는 죄가 없다. _72가벼운 고백김영민

  무겁기도 가볍기도 한 삶에서 완전한 희망에도 절망에도 치우치지 않고 절묘한 통찰을 끌어내는 것이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아니 너무 어려운 삶의 숙명 같은 것이다.

  가벼운 고백은 김영민 교수의 단문집으로, 인생의 불전완함을 응시하는 예리하지만 따뜻한 사유, 세계의 진부함을 파헤치며 이면을 들추는 위트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인생이 농담은 아니다. 누구나 넘어지면 아프고, 살갗이 찢어지면 피가 나고, 때가 되면 배가 고프다. 그래서 인간은 진지하게 앞날을 계획하고, 먹거리를 사냥하고, 생로병사를 통제하려 한다.” 생존에 관한 한 인간은 맷돌처럼 진지하다. 그러나 인간은 끝내 진지하기만 할 수는 없다.

  이렇듯 고되고 스산한 생에서 길어올리는 그의 통찰은, 비애를 구경거리나 반드시 피해야 할 것으로 놔두지 않고, 찬찬히 살펴보며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 무게를 조정한다. 그리하여 하중은 있되, 통증은 없이 살고픈모두에게 끝내 삶을 긍정할 위로와 웃음을 선사한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이미지=Microsoft Bing, DALL·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