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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봉수 부산 동래구 보건소

텅빈충만, 상선약수 2011. 9. 23. 09:35

     

“보건소의손길,취약계층에게먼저 닿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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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자원들 협력으로 보건소 정책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저 예산 고 효율의 시책을 만드는데 최선"

“부산 동래구 보건소 조 봉수 소장

■#1.

30대 중반의 건장한 젊은이가 불의의 사고로 경추를 다쳤다. 손가락하나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고 죽는 것 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 했다. 실오라기 같은 희망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보건소의 재가 장애인 극복 팀이 직접 찾아와 각종 재할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처음엔 나아지는 기미도 안 보여 실망스러웠지만 그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택에 1년여가 지나자 기적처럼 상반신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휠체어에 앉게 되었다. 밖은 방 안에서만 보던 세상과 너무 달랐다. 공기가 이렇게 맛있었던 것인가.

■#2.

고등학교 2학년 때인가. 학생들에게 장래의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있었고, 모두가 그럴듯한 미래를 얘기하는데 한 친구가 자신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당혹스러웠다. 저 것도 꿈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는 의대를 지원하고, 정신과를 전공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신의학에 대한 환상은 이런 저런 이유로 깨졌다. 그러면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보건행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사명감은 아니지만 지역주민과 더불어 누군가를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보람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예방의학 전문의를 취득 하자마자 그는 바로 해운대보건소에서 소중한 꿈을 실천하는 일에 주저 없이 몸을 담았고, 보건소의 중요한 역할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배려라고 믿었다. 그 시작이 재가 장애인 프로그램이었다.

 

 

 

 

○…조 봉수 소장은 “보건소는 1:1의 예방의학적 맞춤형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관점이다. 보건소는 사회 안전망으로 계속기능할 것이고, 공익성이 필요한 보건관리 정보도 보건소의 임무라는 것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하든 취약계층은 존재합니다. 독거노인, 재가 장애인 등 기존제도가 담당하지 못하는 계층들에게 보건소의 손길이 먼저 닿아야 합니다.”

2008년도 남구보건소장으로 재직 시 지역사회 재활에 관심이 많았던 재활전문 파크사이드병원의 박 인선 원장과 함께 재가 장애인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것도 이러한 신념에 기인한다. 지역자원을 효율적으로 동원하여 매년 30명을 대상으로 재가 장애인 극복 프로그램을 실시, 그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는 활력소 역할을 했다.

“장애 극복은 보건소의 다른 사업과는 달리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메리트가 있습니다. 장애를 갖고 있는 당사자나 이를 도와주는 모든 사람들이 그 만큼 행복한 것입니다.”

조 소장에게서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사업은 동래구보건소장으로 재직 시 실시했던 온천천의 환경친화적인 방역사업이다. 2000년도, 당시만 해도 자연형 하천으로 여름만 되면 모기 문제로 온천천 주변 주민들의 민원이 끝이지 않았다. 그 때 위생해충을 전공하던 고신대학교 이 동규 교수의 자문을 얻어 대대적인 방역사업을 실시하여 TV에 방영되는 등 전국적인 화제가 되었다. 지금은 보편화 된 미꾸라지 투여, 미생물제제 사용, 정화조 방제 등의 방역사업을 체계적으로 처음으로 실시했던 것이다. 이 사업은 그해 감사원의 행정모범사례로 지정되기도 했다.

 

 

 

 

"노인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정책 방안은?

“우선 노인건강관리체계를 구축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자원봉사를 통한 재가 허약 노인관리 1:1 멘토링 제도를 실시하고, 경로당과 노인대학을 묶는 노인건강 프로그램 관리체계를 통해 방문건강관리사업과 연계하여 촘촘한 노인건강 안전망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조 소장은 이와 함께 어린이 건강관리팀 운영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현행법 상 학교보건법에 의해 학교는 보건교사를 두는 등 보호받고 있지만, 건강생활습관이 형성되는 취학 전 어린이들의 경우 체계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교육 강화 차원에서 보건소의 지리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보건 관련 다양한 상설교실을 설치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서비스와 연계되는 건강학점제의 실시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대한 보건소의 역할은?

“만성질환예방 사업은 결핵도우미 사업처럼 보건소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병의원은 등록 관리를 하고, 보건소는 교육을 맡아야 서비스제공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습니다. 환자들이나 참여한 병의원에 대한 인센티브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가령 등록하고 일정한 교육을 수료한 사람들에게는 건강보험부담금을 줄여 준다거나,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치료받을 때에 본인부담금을 감면해주는 방법, 그리고 적정관리를 받은 사람에게 보상을 해주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조 소장은 만성질환관리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되려면 보건소의 대상자 등록관리, 교육 프로그램 수행에 필요한 인력 및 예산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면서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제공, 소방당국과의 응급 시 정보교류 등의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소장의 평소 생활철학은 “나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다. 이날 인터뷰 중에도 겸손, 성실, 근면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많았다. 몇 해 전 중국 서예가가 써준 勤將補拙(근장보졸), 즉 서투른 것을 보충하는 데에는 부지런함이 으뜸이라는 고사성어를 공직 생활의 덕목으로 삼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 “보건소장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지역의 좋은 자원을 발굴하여 지역주민들을 위해 일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는 공직에 대한 남다를 자부심이 묻어 있다.

“지역사회 자원들의 협력으로 보건소의 정책이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도록, 저 예산 고 효율의 시책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조 소장은 지금도 자신이 공직에 발을 디딜 때의 생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했다. 소담한 보람 같은 것이 있어 기쁘다고 했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가 “행복이 꿈”이라고 했듯이, 그도 좋은 아빠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더워서 죽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더우니까 정 말 여름 같네!”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들은 매사에 불평이 많은 전자보다는 늘 웃고 있는 후자의 곁에 많이 모이게 마련이다. 느낌에서 좋고, 아름답다고 함으로써 더욱 좋고 아름답게 한다.

웃으면서도 업무에 관한 한 자신의 철학이 확고한 조 소장을 만나면서 이러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빠르고, 힘 있게 전달되었다.

 

 

 

 

 

♧ "함께해요! 건강하고 행복한 동래"

건강 환경 조성 일환 건강마을 만들기 사업

운동실천율 향상을 위한 운동프로그램 운영

동래구부산광역시 동래구는 오래 된 주거지역으로 특이한 건강위험 요인이 없는 지역이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지역사회 건강조사 및 사망원인 조사에서 운동실천율이 부산지역 평균 수준보다 낮았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동래구보건소(소장 조 봉수)는 헬스 플러스 교실 등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과 초등학생과 중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비만교실 및 여름방학 비만 캠프를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심뇌혈관 등록 및 관리 사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건강 환경 조성의 일환으로 건강마을 만들기 사업과 운동실천율 향상을 위한 운동프로그램 운영, 금연 환경 조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

건강마을 만들기 사업은 구(舊) 도심인 복산동을 대상으로 건강한 직장, 건강한 생활 터를 모토로 추진위원단을 구성하여 건강한 마을 선포식 및 걷기운동 코스 개발, 걷기대회와 건강 체험 등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각종 건강증진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운동프로그램으로는 초·중등생 대상 방과 후 비만교실과 방학 중 비만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금연환경 조성사업으로는 온천장을 금연공원으로 지정하는 한편 동래시장과 수안인정시장은 금연시장, 그리고 관내 대형식당 30곳을 금연클린존으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조 봉수소장은 지역자원과의 연계 및 참여를 보다 활성화함으로써 건강 환경 조성 및 지역주민들의 자기 건강관리 능력을 강화하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동래구는 교통·상업의 요충지이며, 교육·문화의 중심지로서 많은 지역 의료자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특성을 살려 지역협력을 바탕으로 건강생활실천사업, 방문건강관리사업, 보건교육, 건강 체험 행사 등 다양한 보건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함께해요! 건강하고 행복한 동래”를 비전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러한 사업들은 지역사회 자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양질의 주민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행정의 목표가 되고 있다.

"광역시형 보건소 조직정비 필요"

지역보건법의 최소 인력 기준 현실화

하부조직 강화로 붕어빵 식 사업개선

 

조봉수 소장은 이날 현직 보건소장으로 재직하면서 느꼈던 현행 정부의 공공보건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했다.

정부가 다양한 보건시책을 계발하는 한편 지역건강조사를 정착시킴으로서 지자체 단위 통계를 생산해 내고, 각종 FMTP사업들을 개발하여 직원들의 자질을 향상 시킨 점, 그리고 지역보건의료계획의 수립을 통해 지자체 단위에서 정책 계발 역량을 강화시킨 부분들은 앞으로 보건행정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건소의 전반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붕어빵 식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상당한 우려를 표시했다.

“지나치게 많은 사업들을 하부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개발하여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상의하달식, 이벤트식,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사업 경향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평가지표’가 중요하지만 ‘평가지표’를 맞추려다 보니 전국 보건소가 서로 다른 여건임에도 불구하고 붕어빵처럼 똑같은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보건소의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하부조직의 강화가 우선되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정책변화를 해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한 인력 및 예산지원과 관련 광역시형 보건소의 조직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여 눈길을 끌었다.

“동일업무 수행 대비 인력은 서울과 부산의 경우 2배정도 차이가 납니다. 지역보건법의 최소 인력기준을 현실화하고, 이를 강제화할 장치가 필요합니다. 광역시는 구간 차이가 많지 않으며, 보건서비스의 차이가 심하게 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현재 전국 보건소는 거의 유사한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소한 광역시의 경우 소방부서처럼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광역자치단체의 소속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양호한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중복·과다 투자를 막을 수 있으며, 구간 보건서비스의 차이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조 소장은 공공의료 기능 문제와 관련 최근 보건의료미래위원회가 밝힌 도시보건소의 경우 진료를 최소화하는 지역보건 전달체계 개편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으나 “도시보건소의 진료 기능 축소를 대신할 만한 공공병원의 설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