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경북 고령군보건소 안순기소장

텅빈충만, 상선약수 2011. 2. 24. 12:47

경북 고령군보건소 안순기소장

 

경상북도 高靈郡보건소(소장 안 순기)가 지향하는 사업 방정식은 사랑의 공동체를 위한 작지만 더 넓은 봉사에 있다. 봉사를 필요로 하는 모두가 느끼는 가장 큰 고통은 외로움이다. 함께 사는 삶은 외로움을 이기는 힘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well-dying“¡ 고령군보건소가 2004년부터 정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정호스피스·완화의료사업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적 책임에 대한 관심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높은 가치가 있다.

“군민과 함께, 건강생활실천으로 평생건강 실현“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전개하고 있는 다양한 보건사업도 모두 이러한 봉사 정신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특수작물 재배농가가 많고, 노인인구가 20%를 상회하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고려하여 실시하고 있는 근골격계질환 예방사업, 가정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 쯔쯔가무시증 예방사업 등도 결국은 “well-dying“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경북도 내에서 군립으로는 최초로 운영하고 있는 50병상 규모의 노인복지병원은 치매요양 인프라를 조기에 확충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안 소장은 “기동력이 저하된 노인의 접근 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주민 밀착형 공공보건기관 개선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 근골격계질환관리사업

고령군은 대구 인근에 위치하여 딸기, 메론, 수박 등 특수작물 시설 농가가 많다. 오랜 육체노동을 수반할 수밖에 없어 골관절염과 오십견 등 근골격계 질환을 보유한 주민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고령군보건소는 이러한 주민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2002년도부터 각 마을 단위별로 아리랑체조와 댄스스포츠 자조모임을 구성, 연인원 6000여명에게 순회 교육을 실시했다.

매년 11월 경 6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하는 아리랑체조 및 댄스스포츠 경연대회는 주민화합과 건강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주는 생활문화로 정착하고 있다. 특히 보건소직원이 직접 출연한 비디오물을 대한류미티스건강전문학회의 협조로 자체 제작, 전국적인 확대 보급에도 노력하고 있다. “장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마을마다 아리랑노래가 울려 퍼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 안 소장의 소망이다.

■ 보건지소, 진료소 건강증진실 설치

주민들의 접근도가 높은 보건지소 및 진료소의 시설개선을 추진, 고품질의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주민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2004년도부터 추진한 보건기관 시설개선사업은 현재까지 보건진료소 10개소 중 9개소의 신축이 완료되었고, 나머지 1개소는 연내에 준공할 예정이다. 보건지소는 7개소 중 2개소가 신축 완료되었고, 2개소는 현재 추진중이다.

특히, 시설개선사업과 함께 추진한 10여평 규모의 건강증진실 설치사업은 농촌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은 수치료기, 안마의자, 유산소복합운동기, 발맛사지기, 좌훈기 등 5종 6대의 의료장비를 구비하여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2005년도에 이어 지난해에도 군민 삶의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주민들에게 화합의 장을 이루는 쉼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well-dying“. “말기암환자도 존엄한 삶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고령군보건소의 이념이 가장 확실하게 드러나는 사업이다. “사망원인 1위인 암에 대해 공공보건기관으로써의 역할을 포기하지 않고, 특히 말기 암 환자의 통증과 외로움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함께 나누겠다“는 것이다. 우울증, 무력감, 신경쇠약 등 마음의 병은 세월의 풍화 작용으로 인해 약해진 육신을 더욱 무너뜨린다.

고령군보건소의 가정호스피스사업은 이렇듯 약해진 육신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는 암성 통증조절, 수액요법, 상처관리, 대증요법, 영적간호, 소원 들어주기 등 을 통해 마음의 외로움까지 달래주고 있는 것이다. 죽음이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으로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사랑이 확대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안 소장은 “남은 여생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을 완성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가족에게도 정신적 지지를 제공하여 사별에 대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건강도우미회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고귀한 실천을 향기롭게 발효시키고 있다. 1997년부터 성직자를 포함한 80여명이 지역별로 구성되어 자기 지역 환자와 연계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보다 효율적인 봉사를 위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3년 동안 간병사 양성 교육을 실시, 128명이 수료하여 86명(67%)이 민간 간병사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그 가운데 61명이 취업하는 한편 38명이 건강도우미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향후 노인수발보험시행 시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수발제공인력으로 호스피스 사업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것이 안 소장의 설명이다.

이러한 보건소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각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지난 2005년 3월 아시아 태평양 호스피스학회에서 고령군보건소의 사례를 발표하여 관련 학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또한 2005년 국가 암관리사업 평가대회에서 재가 암환자관리 부분 구연발표 최우수상, 2006년 평가에서는 재가암환자관리 부분에서 우수상, 암치료비지원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은바 있다.

국립암센터에서는 2005년부터 재가암환자관리과정 간호사반, 관리자반에서 고령군보건소의 지역사례를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대구의 간호대학 호스피스 과정 학생들이 지역사회실습을 통해 봉사의 참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올해부터 방문간호사 5명과 물리치료사 1명이 보충되어 암 환자뿐만 아니라 방문이 필요한 가구를 대상으로 “수년간의 노하우를 활용하여 보건의료 서비스를 질을 더 한층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 안 순기 소장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제 아무리 예쁜 꽃이라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 인생의 꽃도 환하게 피었다가 속절없이 지고 만다. 하지만 낙화는 절망이 아니다. 꽃이 지면 씨알을 맺듯 눈부신 청춘은 황혼의 가슴속에 향기롭게 발효되어 다음 세대에 전해진다. 그래서 사라지는 것들은 쓸쓸하기도 하지만 한편 장엄하기도 하다.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은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값지다. 안 순기 소장이 말하는 “well-dying“은 곧 사랑의 공동체 실현을 위한 신념에서 비롯되고 있다. 공중보건의 시절 주위의 관심 밖에서 비참하게 죽은 변사체를 보면서 “이럴 수가 없다.

외롭고 비참한 죽음은 없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공직에 몸담게 되었고, 말기 암환자들이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 할 수 있는 일에 남다른 정성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랑의 고귀한 실천을 누구 보다 믿기 때문이다.

호스피스 사업을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하여 전국적인 모델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리고,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건강도우미들의 헌신적인 봉사 정신을 이끌어 내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 것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공통분모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봉사의 기본 정신은 사랑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자는 데 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도움의 손(helping hands)을 내밀어 도움을 필요로 하는 기쁨의 손(glad hands)을 잡는 것이다.

고령군보건소가 전개하고 있는 모든 사업들은 “주민들과 함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 특성에 부합하는 근골격계질환 관리사업, 주민 밀착형 보건소 및 보건지소 건립, 쯔쯔가무시 예방사업, 찾아가는 구강보건 서비스 등. 이 모든 사업의 성과에는 의대를 졸업하고, 예방의학전문의를 취득한 후 거리낌 없이 공직에 몸담은, 스스로 ‘촌사람’이라 일컫는 이의 따뜻한 마음이 배어있다.

안 소장은 요한복음 가운데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와 시편의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라’라는 성경말씀을 가슴에 두고 산다고 했다. “나의 인생에서 얻은 많은 열매와 영혼의 기쁨을 추구하며 그 과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렇듯 봉사의 일상성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이다.

“자기 혼자 잘살면 한 사람의 인생밖에 못 살지만 100명을 도와주면 백 사람의 삶을 살게 돼 더 큰 삶을 얻을 수 있다“. 봉사는 ‘씨앗을 뿌리는 일’임을 일깨워 주는 안 소장의 하루는 농부처럼 바쁘고 쉴 틈이 없다. 보건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이웃 속으로 들어가 함께 고민하고, 함께 사는 삶. 그런 정성이 없었다면 이뤄 낼 수 없는 값진 결실이다. “2003년 보건소장이 되면서 보건소 직원들에게 한말이 기억난다. 우리 고령군보건소는 군 단위의 작은 보건소이지만 외국에서 배우고 견학하러 오는 보건소를 만들자고 했다.

분야별로 국내 보건소에서 최고수준에 도달한 분야도 몇 가지 있으며 직원들도 약간의 성취감을 맛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직도 고령군보건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고식적인 질문에 “주말에 교회에서 중·고등부 교사로 활동하는 것“이 “아주 해피하다“고 했다. “땀을 흘려야 성과가 있다“ “정직하게 땀을 흘리고, 씨를 뿌리는 마음“ “세포가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참 좋은 분이구나’나하는 마음을 절로 느끼게 했다.

그런 마음은 솔직함 때문이다. 사실 솔직함은 아프다. 그러면 솔직하면서도 덜 아픈 방법은 없을까? 이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다.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역량 있는 직원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며 “여성적으로 도와 주셔서 사업들이 훌륭하게 자리 매김 할 수 있었다“는 말에 “우리 소장 님은 천사 표“라는 응답이 바로 튀어나오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고령군보건소의 장점이자 새로움이다.

[주요약력] 1995년 경북대학교의과대학졸업, 1999년 경북대학병원 수련의, 2002년 경북대학교 대학원 졸업(의학석사), 2003년 예방의학전문의, 2004년 경북대학교 대학원(예방의학 전공 박사수료)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

 


“서로에 대한 믿음이 조직을 키우는 자양분“

○…고령군보건소의 취재는 사실 지난달에 일정이 잡혔으나 여러 가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에 늦춰졌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KTX로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미리 마중 나온 ‘흰머리’ 성은모 선생의 안내를 받았다. 성 선생은 보건소까지 1시간 여를 가면서 고령군에 대해 많은 얘기를 구수하게 들여주었다. 이런 분들이 있어 우리가 고향이라는 푸근한 마음의 울타리를 간직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다른 보건소와 달리 소장 실이 독립적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사무실 한 쪽에 직원들과 같이 사용하고 있었다. 전원 같은 분위기가 한결 정겨웠다. 창 밖으로 보이는 나지막한 山野. 초여름의 더위를 시원한 바람이 씻어 주었다. 보건소 건물 곳곳에 잘 다듬어진 나무와 꽃들로 정원을 방불케 했다. “주민과 더 가까운 보건지소 건물 다 짖고, 보건소는 그 다음에…“라는 안 소장의 정성도 정겨웠지만 아담한 보건소와 이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참 포근하다“라는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남자 계장 님도 한 분 있는데…“라고 했지만 이날 함께 자리를 같이한 네 분의 여성 계장과 방문보건담당 박 희송 선생 등 온통 여성일색이었다. 안 소장이 “여성적으로 잘 도와 주고 있어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고 하자 즉각적으로 “소장 님은 천사 같으신 분“이라는 응답이 뒤따랐다. 할 얘기는 스스럼 없이 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금방 느껴졌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조직을 키운다는 원칙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인근에 위치한 토속 음식 집에서 민속주를 들면서 자신의 얘기를 ‘젊은 소장’은 잔잔하지만 강단 있게 들려주었다. 왜 젊은 나이에 공직에 몸담게 되었는지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했다. 인간관계의 스타일에도 강함이 있고, 부드러움이 있다. 강한 사람이 돋보이기 때문에 더 좋아 보이고 성과를 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 소장을 만나면서 부드러우면서도 제 할 일은 다하고 성과를 내는 것이 훨씬 “인간스럽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점심을 먹으면서 기자가 “오누이들 같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안 소장과 봉사, 그리고 보건소는 더 이상 나무랄 데 없는 적합한 구성이다. 안 소장은 이러한 신념은 종교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주일 날 중·고등부 교사를 맡고 있는 것이 아주 해피하다“는 안 소장. 이날 자리를 함께 한 계장들이 한결 같이 “천사 표“라고 하는 연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안 소장이 부임하면서 직원들에게 한 말, “군 단위의 작은 보건소지만 외국에서 배우고, 견학하려 오는 보건소를 만들자“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인생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분야별로 이미 국내 보건소 가운데 최고 수준에 도달한 사업이 입증해주고 있다. 아직도 고령군보건소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택배로 보내 주신 고령군의 특산물 ‘햇살그린 수박’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수박의 높은 糖度 보다 더 깊은 따뜻한 마음도 오래 간직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