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영애 소장은…
사랑이 사회적 현상이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실망할 것이다. 사람의 감정 가운데, 가장 계산 없이 순수한 것이 사랑이라는 반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특정한 감정을 ‘소통’하는 특수 형식이 아닐까?
사회학자 「크리스티안 슐트」는 『낭만적이고 전략적인 사랑의 코드』에서 “사랑은 어떻게 행동해야 상대가 이 감정들을 이해할 것인지를 알려주는 표지판이자, 이런 감정들을 형성하도록 자극하는 미끼”라는 점에서 사회적이라고 주장한다. 사랑이 사회적 현상이라는 전제하에서 보면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행하는 일과 정열도 결국은 ‘개인적, 낭만적 사랑의 증언’이 된다.
▷…이날 마침 김 소장이 수상자로 참석하기로 한 대구광역시 결핵관리업무평가 시상식(중구보건소가 최우수상을 수상했다)이 지연되어 인터뷰 예정시간 보다 늦게 도착함으로서 직원들과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업무를 비롯하여 이런 저런 대화를 하면서 조직원들 상호 간의 소통이 잘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일상사를 스스럼없이 주고받는 모습에서 서로에 대한 애정, 가족 같은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들을 만나면서 사랑은 사회적 현상이라는 진단, “우연을 최소화시켜 잠재적 파트너의 범위를 최대한 정확하게 탐색하는…전략적 출발의 최고 조건을 제공한다.”는 분석을 불현듯 생각나게 한 것도 이러한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모님, 우리 가족이라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서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항상 마음 속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자리를 함께했던 직원들은 김 소장을 일컬어 ‘부드러운 카리스마’라고 했다. 남의 말을 경청하고, 말이 없고, 조용하면서도 목표에 대해서는 불굴의 의지로 집요하게 추구한다는 뜻이다. 마치 덕장과 같다. 덕장이 좋다거나 용장이 더 좋다거나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조직의 상황에 맞는 스타일과 스스로에 맞는 스타일이 있을 뿐이다.
김 소장은 솔직하고 열성적인 직원들의 존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한편으로 명확한 의사 전달체계를 통해 승리하는 조직을 만들고 있음은 분명해 보였다. “대구의 중심인 중구의 주민등록 인구는 8만 정도에 불과하나 유동인구가 100만이 넘는 도시의 옛 문화가 살아있는 곳입니다. 노인인구가 14% 이상을 차지하는 고령사회이기 때문에 보건소를 찾기 힘든 노인 분들을 직접 찾아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정성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명품경로당 사업을 통해 혈압·혈당 측정, 구강검사, 한방진료, 간이 치매 검사, 치매 예방 교육을 하고 있고…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생활체육협의회와 연계하여 운동을 통한 건강생활 실천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령사회에 어르신들이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여 행복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김 소장이 가장 귀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인연이다. “제가 이곳에서 만나게 되는 분들이 우리 부모님, 우리 가족이라 생각하면 그들을 위해서 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기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필요한 전문교육과 직무교육에 열심히 참여하고 새로운 지식과 교양을 쌓아감으로써 지역사회 현장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는 직원들에게도 예외가 없다. 실제 중구보건소는 재정 및 인력 등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 강화에 상당한 정열을 쏟고 있다. 업무평가와 관련 단체 표창도 적지 않지만 개인별 우수사례 발표회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실무진들의 노력이 대단하다. 자신의 업무에 그 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다.
직원들은 “소장님이 사업별로 소신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고, 따뜻한 배려로 적극 후원해 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직원들이 자기 업무는 물론 스스로 함께 동참하는 자세로 솔선수범해 주어서 너무 고맙다”면서 “복이 많아서…”라고 했다. 김 소장은 월말이면 모든 직원들이 참석하는 夕會를 갖는다. 생일 등 축하할 직원들을 격려하는 한편 건의사항과 불만을 토로하는 담백한 대화의 자리. “서로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확인하는 소중한 모임”이다.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누구나가 공감하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생활 속에서 겪는 외적, 내적 갈등을 조절하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원칙에 맞추어 결정을 내려야 후회도 무리도 없을 것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조직사회에서 동료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원한다면 사소한 일에서부터 상대방을 위한 배려는 필수적이며, 무엇보다도 행복한 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내 노후를 위한 나만의 투자가 되겠지요.”
▷…지난 2005년 1월호부터 특집기획으로 본 탐방 기사를 매월 취재해오면서 김 소장을 2005년 6월 달성군보건소장으로 재직 시에 처음 만난바 있다. 유일하게 두 번째로 인터뷰하게 되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직원들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부드럽다. 배려 깊은 후원, 일에 대한 열정”이라고 했다. 늘 그렇게 한결 같음으로 인해 조직은 서로를 존중하는 사랑으로 채워진다. 김 소장은 ‘낭만적이고 전략적인 사랑의 코드’를 통해 “실용적이면서도 낭만적인 파트너 관계를 꾸려 갈 수 있는 사랑의 소양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파력도 대단하다.
▷…김 소장은 1989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1995년과 2003년 계명대학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 계명의대 동산의료원 치료방사선과 전문의 취득 후 같은 해부터 달성군보건소에 근무해오다 2000년에 보건소장직을 맡아왔으며, 지난 2006년 8월부터 중구보건소장으로 재직해 오고 있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