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은 사랑으로 넉넉해진다. 사랑은 감당할 수 없는 열정이라기보다는 작은 배려들이다. 함께 밥을 먹는 것이며, 믿어 주는 것이며, 별 거 아닌 얘기들을 들려줌으로써 별 거인 관계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강북구에는 다른 도시지역에 비교해 의료취약계층이 많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홀몸노인, 노부부 가구, 차상위계층 등이 3만여 가구에 달합니다. 방문간호사업 등록 가구 수 만해도 6천3백 가구가 넘고…”. “질병치료를 넘어 생활건강 지킴이로 자리 매김하겠다”는 이 소장의 생각은 이렇듯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는 것, 비교하지 않고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함께 봐 주는 것, 짧고 간단한 운동을 함께 하는 것. 그러기 때문에 “보건소 사업은 서비스고, 서비스다워야 한다.”는 신념이다. 백화점이나 은행과 같은 서비스 정신이 발휘되어야 한다는 소신이다.
이 소장이 얘기하는 서비스정신이라는 것은 기실 정답게 응대하고, 친절하자는 것 밖에는 어려운 것도, 특별한 것도 없다. 작은 배려를 통한 사랑이 더욱 커지는 것은 그 만큼 자신의 일에 대한 깊은 열정, 그리고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의 직분에 대한 충만한 믿음 때문이다.
○…이 소장은 1984년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1989년 다시 아주대 의과대학에 입학한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적당한 학벌에 시집이나 잘 가면 된다."는 주위의 만류에도 공부해보겠다는 열의는 꺾이지 않았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식품의 역학적인 측면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무언가 깊이 있게 배울 수 있는 학문이 없을까하고 고심하다가 의대에 진학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당시로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개원하지 않고 바로 보건소에 뛰어들었다. 개인적인 문제도 없지는 않았지만 1996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의 진료의사로 1년 2개월 동안 근무하면서 지역주민을 다양하게 접촉할 수 있는 긍지와 더불어 기획에서부터 사업실행, 그리고 평가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자기 스스로 수행해 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개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정책을 만들고 중재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더 많은 주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일에 더 큰 보람을 느낍니다.” 이후 영등포구보건소 진료의사로 5년 가깝게 재직하다가 2002년 강북구보건소 건강증진과장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보건소장직을 맡고 있다.
"효율적 보건사업 수행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지식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 제시,
의견수렴과 경청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
이 소장은 건강증진과장으로 재직 당시 낮에는 지역주민을 찾아가 대화하고, 밤에는 한림대학에서 보건학 석·박사 과정 모두 마쳤다. 그런 가운데 서울특별시 건강증진사업 종합평가 최우수기관 선정, 보건사업평가대회 최우수 구 선정, 영양보충사업 우수기관 선정, 금연클리닉 운영 평가 입상 등의 업적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래도 천직인 것 같다"는 남다른 열정을 느끼면서도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였다“는 말 속에 담겨있는 이면의 애환도 함께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시대를 「한 가정의 주부로서, 직장인으로서」살아가는 숙제를 공감하기 때문이다. 보건소장 「이 인영」이라는 사람에게 주변의 가족들은 바쁜 삶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아니라 바쁠 수 있는 생의 의욕이었던 셈이다. 당연히 그런 마음은 따뜻하고, 그 정경은 유쾌하다.
○…이 소장에게 가장 큰 교훈을 주었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던 책은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같은 무리의 리더가 되는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생활철학도 “하면 된다. 안 되면 되게 하라”이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에서도 교육의 끈을 놓지 않았던 일, 의과대학으로의 도전, 그리고 보건사업에 대한 열정도 여기에 기인한다.
이 소장이 생각하는 리더쉽은 비전제시, 솔선수범, 경청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주위 환경 속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그러한 지식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의견수렴과 경청을 이끌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보건사업을 수행하려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리더쉽이 필요하다는 관점이다.
○…이 인영소장은 강북구 지역보건행정에 관한 제안에서 보건 목표를 ▲보건서비스의 품질 향상 및 u-Health Care ▲쾌적하고 안전한 건강도시 구현 ▲취약계층 건강증진과 종합병원 연계를 통한 지역의료서비스 향상 ▲여성이 행복해 지는 女幸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서비스 프로세스는 주민 만족의 중요한 요소로서 불필요한 과정을 과감히 정리함으로써 프로세스를 개선하여 주민 편의 및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u-Health Care체계를 구축하여 보다 편리하고 실시간 의료서비스 이용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보건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하 전략”의 일환이다. 특히 강북구의 핵심 추진 사업인 ‘자전거 타기 좋은 마을’ 조성과 연계하여 강북구의 자연친화적 건강한 환경을 주민에게 널리 알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소장을 처음 보는 순간 어디서 본 듯했다. 기자가 거주하는 지역인 도봉 및 강북지역과 광진, 노원, 성동구 지역의 유선방송인 「큐릭스」에서 전국 보건소 최초로 메인 MC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아토피, 눈병 등 그 주에 가장 흔한 질병의 원인을 추적하고, 예방 및 치료법을 소개하는 건강 코너를 2년간 진행했다. 현재도 「야호건강만세」코너의 사회를 맡아 진행하고 있다. 주변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꽤 많은 ‘인기인’이다.
지난 2007년 3월에는 WHO가 주최하는 청소년 성·생식 워크숍에서 한국의 청소년을 위한 outreach 프로그램을 발표하여 우수 사례로 평가 받은바 있다. “국제기구에서 우리 청소년 보건사업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동남아지역의 실태를 인식하고 아시아 보건 리더 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이 소장은 대한공공의학회 총무간사, 서울공공의학회 총무이사를 맡아 공공의료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했으며, 현재는 지역보건발전을 위한 의사들의 모임에 총무이사로 일하면서 지역보건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화를 하면서 핵심을 짚어가는 통찰의 말들이 일제히 힘 있게 달려가는 듯한,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단아한 모습 어디에서 그런 정열이 잠재되어 있는지. 수많은 돌부리를 만나도 결코 멈추는 법이 없는 강물처럼. ‘물 흐르는 대로 살자’는 개똥철학(?)과 轉禍爲福이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하는 긍정의 힘이 언제나 펄펄 넘쳤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