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그러나 천직으로
권 소장은 서울시 의무직 공무원으로는 최고참에 속한다. 1978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누구나처럼 진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하던 가운데 우연찮게(?) 강남구보건소의 결핵실 관리의사를 맡게 되고, “천직이 되었다.”
“당시 보건소에는 나름대로 의사가 할 일이 분명히 산재해 있었는데 의사들은 너무 쉽게 보건사업을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자연스럽게 보건소에 봉직하게 되었다고 했지만 근무를 통해 공공보건의료사업에 대한 긍지와 책임감을 키워 나갔다. 솔직히 스테이션처럼 들렸지만 “의사가 있어야 할 곳”이라는 소명 의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보건소에 근무하다 보면 어느 누구라도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배려를 통해 온기가 흐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절로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발길 닿는 대로 살아 왔는데 “꼭 있어야 할 곳에 있다.”며 “가장 적합한 직업을 선택했다”는 주위의 부러움에 그 만큼 보람도 크다.
“지금 이 자리서 퇴직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이 커 보이는 것도 나의 행복과 너의 행복을 더불어 생각하는 진정성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隨處作主 立處皆眞
‘주인'이 되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중요한 태도는 평상의 삶에서 욕심과 편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한 집착을 버렸을 때 늘 깨어있는 마음이 되어서 눈앞에 나타나는 진실을 그대로 깨닫게 되는 것이다.”
권 소장은 중국 당나라 임제 의현 선사의 어록인 「臨濟綠」에 실린 이 말을 항상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다. “어느 곳에 가든지 ‘주인'이 된다면 그 모든 곳이 그대로 참된 것” 이라는 말처럼 언제나 주어진 여건에 충실할 것이라는 신조다.
30년 넘게 보건소에서 근무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일하는 것”이 다른 무엇에 우선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진리라는 것은 주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신념이다.
주민들이 편안하고, 쾌적하게 보건소를 찾을 수 있도록 “집에서 살림하듯이” 보건소 업무를 수행하는 것, 그것이 곧 “나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 “구성원들이 각자의 책임 하에 열심히 하고, 부족한 부분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이다.
▶“공공의료분야 질적 향상 도모”
권 소장은 올해부터 사단법인 대한공공의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대한공공의학회는 공공보건의료에 관련된 학술 연구와 정책 개발 등을 목적으로 지난 2000년에 창립되었다.
권 소장은 “국민 생활수준의 향상과 보건의료분야에 대한 수요 증가로 우리나라의 의료계는 한편에서는 영리법인의 허용이나 의료시장 개방 등 급격한 의료정책의 변화가 추진되는 가운데 국민 복지 향상을 위한 공공의료분야의 강화 요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의사로서의 기본적인 사명감에 더하여 공공보건의료분야 종사자로서의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의사본연의 임무와 더불어 활발한 학술 연구 활동을 통해 국내 공공의료분야의 질적 향상과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진리라는 것은 주인이 되었을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것-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의 삶
권 소장은 최근 “조국과 운명을 함께했지만 종국엔 철저히 버려졌던 여자. 온몸이 아플 정도로 그리움을 품고 살았던 여자의 이야기. 참담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던 그녀를 위한 진혼곡”에 가슴 깊은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권 소장은 이 소설을 통해 평상의 삶에서 욕심과 편견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것, 그러한 집착을 버렸을 때 늘 깨어있는 마음이 되어서 눈앞에 나타나는 진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
권 소장은 지역주민들의 건강 컨설턴트로써의 역할에 노력해 왔다. “동작구보건소가 고품질의 보건의료 상품을 제공하는 주민건강의 전당으로 자리 매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는 여러 다른 직종들이 함께 최선을 다해야만 환자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업무이다.”, “질병이 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으로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보건의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어야 한다.”는 것도 결국은 처음 시작한 이 일을 보다 보람차게 정리하고 싶은 작은 소망이다. 권 소장은 “정년 퇴임이후 치매지원센터 같은 곳에서 봉사하고 싶다.”고 했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한 시간이며,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이며, 지금 처해 있는 곳에서 주인의식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날 권 소장과 함께 보건소 인근에서 점심을 같이 했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늦은 겨울비와 함께 하면서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먹는 것이지만 사랑을 먹는 것이기도 하기에 “사랑을 함께 먹으면 상처도 함께 녹아내린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했다. 역시 사람이 絶唱이다.
【주요 경력】 ▲1978년 경북의대 졸업 ▲198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석사과정 졸업▲1988년 가정의학과 전문의 자격증 취득 ▲2008년 서울대학교 의료경영고위과정 수료 ▲1980년 강남구보건소 ▲1990년 중랑구보건소 ▲19941-1995년 노원구보건소, 성동구보건소 ▲1995년 노원구보건소장 ▲2008년-현재 동작구보건소장 ▲2010년 현재 대한공공의학회장 |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