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 혜정 소장은…
▶‘일 중심 ’서 ‘인간 중심’으로
“인간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머리가 아니고, 가슴이다”
서울 중구보건소 4층에 마련된 書架에 걸린 이 말은 홍 혜정 소장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다. 기자가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5년 넘게 보건소를 취재하면서 보건소에 인문학 중심의 서가가 마련된 곳은 중구보건소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꼭 읽어야 할 책’ 1천여권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었다. 서양미술사, 정신분석입문, 언어유형론 등 전문서적에서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 이르기 까지. 소문난 독서가들의 서재를 방불케 한다.
“아버님이 국문학자였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많은 책과 접하게 되었습니다. 책이 모든 해답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가야 할 올바른 길에 대한 여러 가지 길을 제시해주었던 것 같고, 책을 읽고 인생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독서는 내 인생에서 충분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재활의학을 전공하게 된 것도 의과대학 전공과목 가운데 가장 과학적이고, 인문학적 향기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재활의학 분야의 태두로 恩師였던 故 오 정희교수의 영향이 컸다.
보건소의 사업도 ‘일 중심 ’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라 볼 때 “마음으로 통하여 진심이 전달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선 인문학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구성원들과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
▶보건의료와 복지행정 접목
“재활의학은 일반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람의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대한의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능력과 취미, 직업, 교육 등의 잠재적 능력을 발달시켜 그 사람으로 하여금 가능한 한 정상에 가까운 생활을 할 수 있게 하여 주는 분야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의사의 진료 뿐 아니라 사회적인 지지가 그 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잠시 동안의 개업과 대학에서 교수로 생활하면서 공공의료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전공 분야와 무관하지 않다. 2001년 12월 중랑구보건소 관리의사로 공직에 몸을 담으면서도 전공을 살려, 지역사회 복지관을 순회하는 방문보건사업에 열정을 쏟았다.
홍 소장이 보건소에 재직하면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행정학 박사학위 과정을 밝고 있는 것도 “보건의료와 복지행정의 유기적인 접목이 결국은 주민에게 양질의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장 좋은 지름길”이라는 신념 때문이다.
중구보건소가 중점 추진하고 있는 생애주기별 통합 보건사업, 대사증후군 관리사업, 그리고 새로운 차원의 방문보건사업이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인 셈이다.
-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2010년 지방자치단체 보건사업 평가에서 서울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건강하고 활기찬 중구’ 실현이라는 캐치프레이저 아래 구청의 적극적인 지원 시스템과 직원들의 열정적인 정성에 대한 결실이라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 사실 단위사업별 업무 추진으로 인해 실적위주에 급급하다 보니 사업이 중복되거나 분절되고, 지속적이지 못한 부문이 없지 않았다. 생애주기별 성인대상 보건사업을 대사증후군관리로 통합하여 대상자 중심의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방문보건사업의 경우도 시대 변화에 맞게 방문간호사 지역담당제(1인1동)관리 및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으로 취약계층의 의료접근도를 향상시키는데 주력했다. 생애주기별 건강관리사업도 청소년과 성인, 여성·영유아, 노인, 정신건강 등 개별 사업을 유기적으로 접목시켜 통합적으로 실시함으로써 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을 수 있었다.”
-주민 특성에 맞는 질병예방 프로그램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생애주기별 건강검진(영유아, 생애 전환기, 일반 검진, 암 검진 등)으로 기초 검진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뇌졸중 환자를 위한 재활 프로그램 운영, 대사증후군 관리 사업으로 만성질환으로의 이환을 예방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허약노인 스크리닝을 통한 집중 개별관리 프로그램 등 다양한 맞춤서비스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2010 서울시보건소 창의성과 서비스 만족도 평가에서 여성·영유아 분야가 1위를 차지한바 있다.
“사업장이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2030 여성 건강가꾸기 프로그램 개발, 보육시설을 중심으로 건강주치의와 연계한 영유아 건강검진, 어린이 건강체험관을 활용한 보건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보육시설 건강지도자 심화교육 과정은 기존의 강사 지원 차원에서 탈피, 보육교사가 스스로 어린이집 원아들을 교육할 수있는 역량강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에는 성교육 인형극을 실시하여 큰 호응을 받은바 있으며, 올해는 안전교육으로 계획하고 있다.”
▶가정의 행복이 국가 발전 초석
홍 소장은 영유아 및 청소년, 그리고 여성 분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부모님과 함께 주말을 이용하여 유아들의 신체적·정서적 성장을 돕는 유아신체활동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나 북스타트 운영을 통해 월령에 맞는 책을 선택, 어릴 때부터 책에 익숙해지고 친근감을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 등.
특히 여성들의 사회진출 증가로 인해 결혼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연령이 증가함에 따른 고위험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예비부부 건강검진 및 고위험임산부 특별 관리 프로그램 운영. 그리고 결혼 이민자 임산부 및 영유아 건강관리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 분만실 수간호사와 방문간호사가 팀을 이뤄 실시하는 1대1 집중 관리 프로그램은 모자보건사업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되고 있다.
“어린이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지적으로 훌륭하게 기르는 것은 개인과 가정의 행복과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됩니다. 건강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하게 태어나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모성이 건강해야 합니다.”
▶사업과 암벽 등반, 그리고 정의
홍 소장의 유일한 취미는 암벽등반이다. “내 몸을 자연에 맡기고, 암벽에 코를 대고 호흡하며, 암벽의 온기를 그대로 몸으로 느끼면서 서서히 오르는 희열과 부딪히며 즐기는 매력”이라고 했다.” 위험할 것 같다는 질문에 기본에 충실하고, 장비를 꼼꼼히 챙기고,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 의식만 갖는다면 “안전함과 즐거움, 성취감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고 했다.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산에올랐던 그러한 클라이머의 즐거움을 지난 한해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잊고 지냈다. 그래서 올해는 산을 좋아하는 직원들과 함께 더 많은 산행을 계획하고 있다.
홍 소장이 요즘 손에 놓지 않고 있는 책이 “정의론”과 관련 된 책들이다. 이들 책들을 읽으면서 기본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
보건소 사업과 암벽 등반, 그리고 정의의 문제가 전혀 낯설지 않고 서로 간에 어떤 개연성을 갖게 되는 것은 그 기조에 “인간 중심”이라는 홍 소장의 신념이 진하게 배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1년 벽두, 중구보건소를 추천할 수 있어 행복하다. 홍 혜정 소장의 ‘건강 지킴이’는 보건소의 휴먼 드라마가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모범 사례로 남을 것이다. 그것이 ‘홍 소장’이 갖고 있는 태도와 진심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소외된 약자를 어루만지고 보듬어 안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희로애락의 일상을 함께 나누는 것. 공감과 치유는 바로 그 대목에서 시작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나직한 목소리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해준 ‘따뜻함’이 고마웠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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