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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혜정 서울 중구보건소장

텅빈충만, 상선약수 2013. 2. 25. 10:25

“직원들과 공생한다는 최고 전략”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

지금 주어진 이 자리에서 충실하자는 열정,

그러한 열광의 에너지는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져

 

“보건소에서 다 하는 일”이라며 만나자 마자 정색을 하는 모습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사전에 약속을 하고 왔는데. 특별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都心지역 보건사업 추진이 그리 쉬운 일인가. 인력과 재원의 부족은 물론 사업 대상지역의 선정이나 적용인구의 문제, 진료기능 여부 등.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 중구보건소가 이렇듯 충분하지 못한 조건에서도 뭔가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들이 늘 여타 보건소에 벤치마킹되었던 것은 독창성 때문이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주관하는 보건사업 평가에서 우수 지자체로 두 번씩이나 선정된 것도 그런 까닭이다.

 

보건소 청사의 계단을 다양한 건강정보와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는 건강 학습의 장으로 조성하여 눈길을 끈 「건강담은 계단」, 생애주기별 성인대상 보건사업을 대사증후군관리로 통합하여 대상자 중심의 one-stop 서비스를 제공하여 효율성을 제고한 것, 전국 최초로 보육시설 건강지도자 심화교육 과정을 실시하여 보육교사가 스스로 어린이집 원아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한 역량 강화 프로그램, 그리고 시대 변화에 맞게 방문간호사 지역담당제(1인1동) 및 찾아가는 서비스 제공으로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도를 높이는 한편 지역 내 의료기관 및 자원봉사자를 연계 활용하여 대상자들의 만족도를 향상시킨 방문보건사업 등. 관행을 조금 손질하여 다듬고 이룩한 성취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통합건강관리센터로 one-stop 서비스 제공

○…홍 소장의 말처럼 “보건소에서 다 하는 일” 가운데 올해 중구보건소가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통합건강관리센터 운영과 건강 고위험군에 대한 U-Health인텐시브 운영, 그리고 소위 문화 예술과 건강을 묶는 온(溫)가족 건강계단 프로그램이다.

통합건강관리센터는 전국 최초로 1차 진료와 건강생활실천, 대사증후군 검진, 건강검진 결과 상담 등 지금까지 분절되어 운영되고 있던 유사 업무를 통합하여 의료서비스의 질과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사업이다.

 

U-Health 사업은 대사증후군 검진 결과를 토대로 건강 고위험군의 초기 당뇨와 前 단계 주민을 대상으로 U-헬스를 활용, 집중 관리함으로서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 및 합병증 예방을 통해 심뇌혈관 질환으로의 이행을 사전에 방지하는 시스템이다.

 

온(溫)가족 건강계단 프로그램은 소위 문화 예술과 건강을 묶는 복합적 사업 방식이다. 쾌적하고 건강한 중구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는 이 사업은 다양한 보건의료 및 건강생활 정보를 주민 개개인의 건강 특성에 맞춰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제공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문화 예술 사업을 통해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함으로서 주민의 건강 역량을 강화하여 삶의 품격을 높여 나간다는 구상이다.

 

-통합건강관리센터 운영을 위해 보건소 1층 구조가 새롭게 바뀌었다.

“주민들이 편리하게 진료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동선을 효율화하는 등 보건소와 중림동 보건 분소의 내부 구조를 대폭 개선하여 안락한 분위기에서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의사 3명과 건강매니저 5명, 운동사와 영양사 각 3명이 서울시 대사증후군 지원단 및 병의원 등 협력기관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사업의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있다.”

 

-사업내용은?

“크게 대사증후군 검진 및 상담, 찾아가는 건강상담실 운영, 사례관리로 요약할 수 있다. 관리체계는 보건소를 방문하면 건강매니저 상담→분류→진료 및 처방→개별 운동 및 영양상담→추후관리로 이루어진다. 방문 검진 및 건강검진 사후관리 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혈액검사와 혈압 체성분 측정 등 기초검사와 대사증후군 발견 및 사후관리, 환자 발견 시 민간 병의원 의뢰, 심뇌혈관 발생 위험도 상담 서비스 등 원스톱 맞춤형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건강검진에 대한 사후관리와 전문상담체계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합건강관리센터의 운영으로 초기 발견자의 등록 관리가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검진결과 통보 시 요주의-경계B-前 단계관리에 대한 예방 차원의 인식 개선에도 더욱 노력할 방침이다. 다만 환자 발견과 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즉 개인의 동의 여부에 관계없이 검진 결과 자료를 건강보험공단과 보건소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 등의 맞춤형 상담에 대한 호응이 높다.

“전 당뇨 및 고혈압 환자에게 자기관리 수첩을 배부하고, 식사일기, 운동, 약물요법의 실천여부를 SMS 문자 발송 등을 통해 정기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개인별 맞춤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서 질병 수용도나 변화 단계를 확인시키고, 행동변화를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U-Health인텐시브 제도의 기본적인 운영 방식은?

“평소 올바른 생활 습관만 잘 유지해도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 쫓기다 보면 규칙적인 식사, 운동 등 건강에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꾸준히 건강을 체크하기가 쉽지 않다. 'U헬스'는 이러한 생활패턴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사증후군 등록자 가운데 당뇨 전단계 및 당뇨 초기 환자들을 대상으로 보건소에서 나눠준 혈압계·혈당계로 혈압과 혈당을 재기만 하면, 기계에 장착된 무선 시스템에 의해 수치가 자동으로 보건소의 관리자에게 전달된다. 보건소는 대상자의 수치를 분석해서 매주 한 번씩 문자, 전화, 이메일 등으로 생활 수칙을 지도하고 상담 받도록 한다. 혈압·혈당을 재지 않으면 경고 문자가 발송되며, 혈압과 혈당은 주 3회 이상, 건강상담은 주 1회 실시한다. 공복 시 혈당조절을 10mmg/dl 이상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

 

-문화 예술을 건강과 결합한 온(溫)가족 건강계단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저학력 및 고령인구 비율이 높아, 보건의료 정보의 사각지대에 있는 지역을 시범지역으로 선정, 대상자별 맞춤형 건강정보를 제공함으로서 주민의 건강 역량을 강화하여 삶의 품격을 높이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의 제한적인 보건사업 수행에 대한 주민들의 소극적인 참여를 문화와 예술 활동과 병행함으로서 자발적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미술, 기획, 무용, 사진작가 등의 폭넓은 참여로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예를 들어 중림동 아동센터를 중심으로 ‘요리 쿡, 조리 쿡’이라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요리 방법을 강의하는 기존의 방식을 탈피, 학생들이 직접 자신의 스타일대로 요리를 해보고, 전문가의 조언과 더불어 래시피를 개발하면 이를 책으로 만들어 내기 까지, 일련의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서 스스로의 건강 실천율을 제고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 밖에도 사진과 건강, 무용과 건강, 미술과 건강 등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주요 사업 내용은?

“일차적으로 주민 면접조사 및 기본건강검진을 실시하여 가족별 건강D/B를 구축하고, 생애주기별 단계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전산 시스템을 마련하게 된다. 구축된 D/B를 토대로 자조모임 결성 및 지역사회 자원과의 연계를 통해 지역의 건강행태 변화를 유도해 나가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사증후군, 암환자, 다둥이가족 등의 자조모임과 손기정‧서소문공원 등 지역 내 운동 자조모임 결성 및 연계를 지원하게 된다. 향후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전 지역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사업 효과는?

맞춤형 정보 제공으로 주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고, 정보의 격차로 인한 건강불평등 에 대한 환경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스스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동기 유발, 즉 주민과 지역사회의 건강역량을 강화함으로서 개인과 가족의 건강에서 나아가 거주지 중심, 지역사회 전체의 사회적 건강 증진을 위한 환경조성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폼’으로만 살지 않은 日常

○…홍 소장의 취미는 암벽등반이다. 지난해 휴가기간에 프랑스 샤모니를 다녀왔다. 지나친 모험심이 화근이었다. 길을 잃어 중간에 크레바스를 건너야 하고, 설벽을 오르면서, 그 공포감이란. 일촉즉발, 3~4미터 남짓도 완전무결한 수직벽, 그 위로는 설원. 어디서나 뻗어있는 거칠고 어려운 바위, 다시 살얼음. 오랜 시간 동안의 스텝으로 지쳐 있었다. 목마름. 다시 살을 에는 냉랭한 강풍.

 

“그런 고난을 겪고 난 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내 몸을 자연에 맡기고, 호흡하며, 온기를 그대로 몸으로 느끼면서 서서히 오르는 희열과 부딪히며 즐기는 매력, 그 짜릿한 기억은 성실한 삶의 오랜 동반자가 될 것입니다.”

 

그 곳에 찍은 많은 사진을 보여 주었다. 강렬하게. 자연의 경이로움, 그런 가운데 특이하게 안내 표지판이나 휴지통 등 다양한 생활디자인을 촬영한 스케치 사진이 많았다. 언제 든 활용하기 위해서다. 보건소 1층의 통합건강관리센터의 동선이라든가 안내 표지판에도 이를 적절하게 적용했다. 그가 결코 ‘폼’으로만 살지 않았다는 애기를 그의 日常이 하고 있었다.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

○…인생의 '성공'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만족스러운 직업, 재정적 안정, 행복한 가정, 건강한 신체, 좋은 친구, 열정을 좇는 자유…. 심리학자들은 인생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개인적 특성 가운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2가지 요소를 꼽는데, 바로 지적 능력과 자기 절제(self-control)다.

 

홍 소장은 조언한다. 낯설게 느끼고, 끝없이 발견하고, 간절하게 열망하고, 새롭게 연대하라고. 평가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가 만족하는 삶, 지금 주어진 이 자리에서 충실하자는 열정, 그렇게 시작된 열광의 에너지는 함께 나눌 때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에 기꺼이 동참해주면서 함께 만들어 가는 직원들에게 늘 고마운 이유이기도 하다. “직원들과 공생한다는 최고 전략”이다. 홍 소장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