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김훈의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깝게 가기위해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 쓰는.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글 속에는,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러기에 그의 문장 속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