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0. 7. 22. 12:31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김훈의 자전거 여행, 프롤로그)  

그의 언어는 그렇게, 언제나, 사실에 가깝게 가기위해 애쓴다. “꽃은 피었다가 아니라, “꽃이 피었다라고 고쳐 쓰는. 물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진술하려는 그의 언어는,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정확한 사실을 지시하고 있다. 그 때문에 오히려 한없이 아름답다. 엄격히 길에 대해서, 풍경에 대해서만 말하는 글 속에는, 어떤 이의 글보다 더욱 생생하게 우리 삶의 모습들이 녹아 있다.

  그러기에 그의 문장 속 길과 풍경과 우리네 삶의 모습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그것들은 만났다가 갈라서고 다시 엉기어 하나가 되었다가 또다시 저만의 것이 된다.  

그가 길과 풍경과 계절을 이야기할 때, 그 안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문장 그 자체로 우리의 삶이다. 풍경과 우리의 삶이 그의 문장 안에서 일대일로 대응한다. 그리고 깊은 내면으로 침잠한다. 그곳에는 허무와 향수, 때론 온기가 스며 있고, 또 때론 적막감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봄은 이 산에 찾아오는 것이 아니고 이 산을 떠나는 것도 아니었다. 봄은 늘 거기에 머물러 있는데, 다만 지금은 겨울일 뿐이다.”(복된 마을의 매 맞는 소)  

그 봄은 또 다른 의미로 가슴에 남는다. 언제나. 여름, 가을이라고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삶이 그러하듯. 그가 사진작가와 전국을 누비며 보고, 듣고, 먹고, 말하고, 생각한 글에는 대한민국의 질퍽한 근현대사와 역사가 뒤엉켜 울고 있다. 인간과 동물, 꽃과 나무, 산과 강, 여름과 겨울, 남과 북 등 가는 곳 발 닿는 곳 어디든 영원한 하나의 이미지는 없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