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0. 8. 24. 08:57

 

  

어쩌면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삶에서, 각자의 역량 껏, 이미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 삶이 아무렇게나 돼도 상관없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픈 게 좋은 사람, 힘든 게 좋은 사람이 정말 있긴 할까. 이미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서로에게 노력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의미한 일인지, 이제는 나도 좀 알 것 같다.

 

안 그래도 아픈데 이게 다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아픈 거고, 안 그래도 힘든데 네가 더 노력하지 않아서 힘든 거라니. 노력. 그 말이 주는 무력감, 자괴감, 그리고 상처를 안다.

 

그래서 나는 희귀병 진단을 받고도 기뻤고, 그래서 나도 누군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 이 긴 글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사는 게 참, 힘들죠? 하지만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강세형, 희한한 위로'당신 잘못이, 아니에요중에서)

 

어떻게든 애를 써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 다시 짓눌러 주저앉히는 것 같은 삶. 그때 작가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친구의 농담 앞에서, 낯선 이의 무심한 배려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영화 앞에서 울고 웃고 위로받았다.

 

어쩌면 위로는 정말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작정하고 내뱉어진 의도된 말에서보다는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이라는 단순명료한 깨우침.

 

누구나 그렇다. 길을 걷다가도 문득 일을 하다가도 문득 답이 없는 문제 속에 갇힌 듯 자꾸만 내쉬어지는 그 한숨을, 겨우 한고비 넘어온 것 같은데 또다시 시작되는 그 수많은 하루하루를, 다들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머릿속의 물음표는 자꾸만 늘어간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다. 당신 잘못이 아니다. 다만 사는 게 그렇게 주어졌을 뿐이다. 잠들지 못한 채 한참을 뒤척거리며 내일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그 마음에 희한한 위로를 보낸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