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침팬지가 새끼가 실패하는 것을 모르지 않아요. 관찰해보면 계속된 실패를 보는 엄마 침팬지의 표정이 착잡합니다. 마치 ‘붙들고 가르쳐봐?’ 이런 고뇌를 하는 듯해요. 사실은 아니겠죠. 관찰하는 저의 감정이 이입됐을 텐데요. 엄마 침팬지는 실패하는 새끼 옆에서 자기 열매만 계속 깨 먹고 있습니다. 가끔은 새끼가 엄마 침팬지 걸 뺏어 먹어요. 뺏기면 할 수 없지만 ‘배고프지? 엄마가 까줄게’ 그러지는 않습니다. 새끼는 배고프니까 어떻게든 기술을 익혀서 먹으려고 엄마 침팬지를 더 세심하게 관찰하겠죠. 마침내 자기가 혼자서 탁! 깨 먹는 순간이 오는 거예요. 우리는 아이를 너무 가르치려고 덤벼드는 것 아닐까? 침팬지가 배우듯이 몸으로 익히면 긴 인생에 훨씬 더 강력한 학습이 될 텐데, 급하게 욱여넣으려고 애쓰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합니다. _233쪽
《최재천의 공부》는 동물과 인간을 깊이 관찰해온 최재천 교수가 인생 전반에 걸쳐 공부가 왜 중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 그동안 제대로 논의된 적 없는 교육의 현실을 돌아보고, 청사진을 제시한다.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넘나드는 통섭적 시야가 이 책의 바탕이다. 인생의 길, 교육의 길, 정책의 길, 경영의 길, 각자가 찾고자 하는 길의 갈래는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는 길을 찾고 싶어서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 보면 ‘무엇을 배워야 할까’라는 질문까지 닿게 된다. 공부는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들여다보며 바닥난 자존감을 일으켜 세우는 일이다. 인간 사회와 자연을 알아가려는 기꺼운 노력이며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살기 위한 분투다.
벽돌을 쌓듯 빈틈없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고, 독서는 취미가 아니라 일이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삶을 돌려줘야 하고, 결론적으로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된다.”는 저자의 주장은 생각의 창을 열어주고 배움의 방향을 넓혀주는, 그래서 슬기롭게 공존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우는 지도를 펼쳐 보인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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