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2. 11.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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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모는 나를 기를 수 없었거나 기르기를 원하지 않아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버렸다. 내가 그 과거와 마주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그런 과거를 인정한 뒤에 조건 없는 사랑을 믿는 게 가능할까?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의 진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35)

  #. 정치에 투신한 사람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유명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겸손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중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 위한 홍보 전략은 직무를 더 효율적이고 영향력 있게 행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나는 프랑스에서는 연예계 스타에게 쏠릴 만한 인기를 경험하지 못했다. 인기는 한국 땅에서 알게 되었다.(129) 플뢰르 펠르랭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 인터파크 도서.

  당신은 한국인이라고 느낍니까, 프랑스인이라고 느낍니까?”

  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는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랐다. 기자들은 내게 한국인의 정서가 있다는 대답을 기대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2013년에 한국에 애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한국은 나를 어두운 골목길 모퉁이에 내버린 나라가 아니었던가. 반면 프랑스는 나에게 여권 이상의 것을 주었다. 밑바닥에서 시작해 정부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놀라운 가능성을 말이다. 이를 알면서 어떻게 내가 두 나라를 단순하게 저울질할 수 있겠는가.”

  생후 6개월 때 프랑스로 입양된 지 40년 만에 한국 땅을 다시 밟았다는 소식과 함께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고, 아시아계 최초 프랑스 장관에 오른 플뢰르 펠르랭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폭증했다.

  이기거나 혹은 즐기거나2013년 자신을 마치 딸처럼환영했던 한국인에게 그때는 말하지 못했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다.

  유전자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그냥 주어진 것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선택이다.”

  사람들은 이 사회가 이미 만들어놓은 여러 경계들 속에서 살아간다. 국적, 학적, 직업, 재력 등등.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경계에 의지하며 안정감을 찾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이런 경계를 넘지 못해 무기력하거나 분노 속에 살기도 한다.

  하지만 플뢰르 펠르랭은 이런 경계를 훌쩍 넘어서 살아간다. 그 경계를 넘는 일에 큰 아픔이 있을지라도 늘 유머와 환한 웃음으로 극복해 나간다. 사회가 만든 경계라는 게 사실 아무것도 아님을, 정체성에 갇히지 않고. 넘어설 수 있음을 깨닫는 것. 그 힘이 대단하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