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1. 6. 25. 10:45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그렇습니다. 그 누구도 권장하지 않았고 칭찬해주지 않은 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이 그랬습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일입니다. 그것도 일생 계속해서 그랬습니다. 다른 이들에게는 부정이지만 나에게는 긍정의 길입니다.
다음에 오는 두 개의 문장은 동의어 반복이거나 의미의 재생산입니다. ‘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 ‘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 실은 이것은 나의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입니다. 돌이켜 보니 그건 나의 아버지가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이기도 했습니다.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나태주 지음]

  꼭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길이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가지 말라는데 한사코 그 길을 간 사람도 있다. 시인 나태주는 이 한 줄의 문장이 일생을 붙잡아 왔다고 고백한다. 글을 쓰는 일이 그랬다. 다만 하고 싶어서 한 일이다. 다른 이들에게는 쓸모없는 일이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고 끝내는 무엇보다 잘한 일이 되었다 한다.

   작가의 말처럼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 어떻게 사는 인생이 좋은 인생인가 하는 걸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나 나태주 시 <그리움>에 나오는 길은 프로스트의 그것과는 사뭇 다른 길을 보여준다. 프로스트의 길이 선택과 갈등에 대한 것이라면 나태주의 길은 부정과 긍정에 관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부정이 끝내 긍정이 되었고 자신의 인생이 되었다는 얘기다.  

  사랑한다고 말해요/좋았다고 말해요/그리웠다고 말해요/참지 말아요. 우물쭈물하지 말아요/내일에는 꽃이 없어요. 지금이에요/있더라도 그 꽃은 아니에요/사랑한다고 말해요/좋았다고 말해요/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나태주의 -[바로 말해요]중에서.  

 그래서 소박한 언어로 명징한 심상을 표현하고 싶다. 누구에게나 너무나 소중한 일이었고, 끝내는 무엇보다 잘한 일이 되기 위해선 지금, “좋았다고, 사랑한다고, 바로 말하자.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