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행복은 덧셈이 아니다.”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1. 7. 22. 08:27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뿐일 텐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p.113>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그제야 자신이 왜 여기에 왔는지 기억났다. 바로 그 죄를 벗고자 온 거였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알기 위해서. 그러려면 이렇게 죽어서는 안 되었다. 살아 있어야 했다. 적어도 아직은.<p.514>

이제 행복해? 아내는 무표정하게 대답한다. 아니. 나는 참 운이 없어.<p.519> 정 유정 소설완전한 행복.  

완전한 행복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과 부딪치는 순간 발생하는 잡음에 주목한다. 악인의 내면이 아니라 그가 타인에게 드리우는 검은 그림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기 위해 그것에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방식의 노력이 어떤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지를 보여준다.

무해하고 무결한 행복에 경도되어 있는 사회에 묵직한 문학적 질문을 던진다.  

"자기애와 자존감은 삶에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미덕이다. 다만 온 세상이 너는 특별한 존재라 외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개인은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점에서 고유성을 존중받아야 한다. 그와 함께 누구도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 또한 인정해야 마땅하다.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著者의 말처럼 이 소설은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에 대한 신랄한 문제의식을 보여 준다.  

끝까지 휘몰아치는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서늘한 목소리,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 노력한 인간, 그것이 타인의 삶에 드리우는 어두운 그림자를 조명한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