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희망은 불멸이다.”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10. 18. 15:54

 

#. 나에게 올리브나무는 오래고도 한결같은 사랑 그 자체다. 척박한 땅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짜 올려, 고귀한 열매와 황금빛 기름과 사랑으로 맺어 올린 좋은 것들을 남김없이 내어주는 나무. () 천 년의 올리브나무를 보며 나는 다시 사랑을 배우곤 한다. - 10p

#.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아이들은 성공을 재촉당하고 어른들은 성과를 부정당하고, 시류와 유행을 따라 알려지고 인정받지 않으면 쓸모없는 존재인 양 무시당하고 있다. () 어디에도 희망은 없고 누구 하나 바라볼 사람이 없고, () 세상이 다 이렇고 인간은 이런 거라고 악의 신비가 드리울 때면, 나는 천 년의 올리브나무를 바라본다. - 10p

#. 저 올리브나무는 하늘과 땅을, 한 생과 영원을 이어주는 비밀스런 빛의 통로인 것만 같다. 우리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불현듯 그 빛의 통로가 열린다. 그 빛을 따라 걸을 때 진정한 나에게 이르는 길이 밝아온다. 이런 시대에, 우리가 정말로 세상에 기여하는 길은 다른 무엇도 아닌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가며 더 사랑하고 내어주며 살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 111p

<박노해 시인 지음, 사진에세이 올리브나무 아래. 출판사 느린걸음>

우리가 잊고 있었지만 사실 간절히 기원하는 것은 올리브나무 같은 존재일 것이다. 아픈 역사도 빛나는 순간도 묵연히 지켜보며 함께하며,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는 존재. 세상은 그래서 황망한 어둠 같지만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시인은 그러하기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이 선 자리에서 양심과 원칙을 지켜가는 사람들. 누가 보아주지 않아도 좋은 삶을 살아가며 선한 메아리를 울려오는 사람들. 나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고 길이 되는 사람들이 올리브나무처럼 몸을 기울여 나를 기다리고 있다”(11p ‘서문)고 말한다.

  나무는 나무를 부르고, 숯은 숲을 부른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척박한 땅에서 온몸을 비틀며 자신을 짜 올려, 고귀한 열매와 기름과 사랑으로 피고 맺은 좋은 것들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저 광야의 올리브나무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려주고 지켜준다. 그토록 묵중하고, 오래도록 한결같은 사랑 그 자체다. “희망은 불멸이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