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8. 21. 10:58

  #. 타인의 평가에 숱하게 넘어지고, 흔들리고, 엉망이 되고, 또다시 일어나서 자기를 돌아보고, 남도 돌아보고, 어떤 사람이 흔들리는 것도 보고, 누군가 바로 서는 것도 보고 나서야 비로소 거리 두기가 가능해졌다. 세월이 가르쳐준 거다. 내가 잡았던 손을 놓은 게 아니라 스르르 놓아졌다. _ 1, 모여서 밥이든 걱정이든 무엇이든 나누자

  #. 사람의 한계. 그 누구도 대신 아파해줄 수도, 대신 죽어줄 수도 없는 온전히 자기만의 몫. 곁에서 지켜보는 가족들의 안타까움. 그 과정 속에서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생각이 바뀌고 행복을 다시금 정의하고, 돈과 명예로도 살 수 없는 겸허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버리고 정리하며 무엇이 제일 소중한지 순서를 매기게 되었단다. _ 1, 떠나고 나면 다 소용없는 일〉 『그럴 수 있어, 양희은 에세이. 인터파크 도서.

  가수 양 희은의 글은 특별하다. 함부로 누군가를 위로하지 않고, 섣부르게 사랑한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어느새 내린 가랑비에 완전히 젖어들 듯 그의 덤덤한 사색은 우리 안에 서글픔을 찾아 축축하게 적시며 인생의 어떤 시간들을 반추하게 만든다.

  사람마다 집집마다 금이 가고 깨진 유리 조각을 다 가지고 있고, 누구나 상처 입은 어린아이를 안고 살아간다. 양 희은은 자신의 조각을 여과 없이 꺼내 보이며 이제 같이 웃자고 손을 내민다. “괜찮아.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240)

  나이 들어감을 넘어 이별에 더 한발 가까이 다가선다. “내 인생에 소중한 사람들을 나는 살면서 몇 번이나 더 볼 수 있을까. 우리는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31)

  이래라저래라보다 그래, 나 그거 알아. 너도 그랬구나하는 한마디가 훨씬 힘이 세다. 결국 남는 건 마음을 나눈 기억이다. 마음과 마음이 닿았던 순간의 기억이 우리를 일으키고 응원하고 지지하고 살맛나게 한다. “뭐가 그리도 사는 게 고달프고 시간 내기가 어려웠었나. 내일이면 늦는데.” (49)

  70년을 넘게 산 이가 쓴 글은 귀하다. 세월의 모진 풍상을 이겨내고, 가슴 아픈 이별도 숱하게 겪고, 죽음 앞까지 갔다가 온 이가 이렇게 말한다. “그럴 수 있어!”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