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혼자 산다는 것”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9. 22. 09:53

  #. 이름이 있다는 건 동료가 있다는 뜻이다. 별빛 아래, 커튼을 내린 방에서 나와 마찬가지로 부스럭부스럭 뭔가를 하는 사람들의 존재에 안심한다. 밤은 다정하다. 밖에 나가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자기 가치를 높여라! 이렇게 재촉하지 않는다. _2_밤새우기 좋아하는 사람중에서, p. 133

  #. 나는 무리하고 싶지 않은 어른이었다. 무리하고 싶지 않은 것과 노력하지 않는 것은 조금 다르다. 노력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도 있고, 노력하는 것은 때때로 즐겁다. 그러나 무리하는 건 괴롭다. 무리하는 건 언제나 즐겁지 않다. 무리를 한다는 건, 수면 시간을 줄이거나 식사 시간을 줄이는 것뿐만이 아니다. 산책 시간을 줄이거나 혹은 멍하니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 또한 무리. _2_무리하지 않는 어른중에서, p. 197. 마스다마리 매일 이곳이 좋아집니다. 낯선 곳에서 나 혼자 쌓아올린 괜찮은 하루하루

  혼자 산다는 것, 그리고 생활의 터전을 옮긴다는 건 지금껏 살아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생경하다. 부모님과 떨어지고, 친구들과 멀어지고, 미래를 꿈꾸며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나를 만들어가는 것. 그건 아마도 멀고도 긴 여행, 혹은 나무 옮겨심기와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나를 시험해보고 싶은 기분. 가족과 떨어지기 싫은 기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몹시도 고민한 끝에 상경한 도쿄였다.”

  작가 마스다 미리는 그렇게 고심해서 상경한 도쿄에서 치기 어린 허세를 부리기도 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자신을 새삼스레 발견해나간다. 시행착오 속에서 자기다움을 발견해나가는 과정이 여느 사람들의 사는 모습과 다르지 안하 흐뭇한 미소가 입가에 절로 번진다.

  굳이 지름길을 택할 필요가 없으니 골목길에 있는 이 집 저 집을 구경하면서 목적지에 가고, 뜨거운 커피를 담은 보온병을 들고 공원에 가서 초콜릿과 함께 즐기고, 맛있고 예쁜 갖가지 음식을 먹어보며 취향을 넓혀가고. 혼자서 누리는 사소하지만 충만한 행복이 책 곳곳에 흩뿌려져 있다.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순간을 포착해내 공감을 선사하는 갖가지 애환이 정겹다. 나의 취향이나 성향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는 가운데 나다움이 발현되는 때가 아마도 독립해서 혼자 살기 시작하는 시기가 아닐까?

  소심하지만 성미가 급하고, 슬렁슬렁 하는 것 같지만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든 해내야 직성이 풀리는 혼자 살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담백하면서도 경쾌한 울림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지금 인생의 어느 시점을 지나고 있든,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설렘인지, 그리고 또 새롭게 발견한 나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그렇게 어른이 된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