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우리 함께 길을 가기로 해요”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11. 21. 14:13

 #. 슬픈 사람들에겐/ 너무 큰 소리로 말하지 말아요/ 마음의 말을 은은한 빛깔로 만들어/ 눈으로 전하고/ 가끔은 손잡아주고/ 들키지 않게 꾸준히 기도해주어요/ - 슬픈 사람들에겐

   #. 산다는 게 언제나/ 끝없는 그리움이어서/ 그러나 실은/ 언젠가는 꼭/ 끝나게 될 그리움이어서/ 그래서 눈물이 난 것이라고 - 「바다 일기」

   #.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 아무도 모르게 결심했지요/ 상처를 어루만지는/ 나의 손이 조금은 떨렸을 뿐/ 내 마음엔 오랜만에/ 환한 꽃등 하나 밝혀졌습니다 -「아픈 날의 일기 1」

  이해인 수녀가 8년 만에 전하는 신작 시집, 이해인의 햇빛 일기. ‘작은 위로가 필요한 아픈 이들을 위하여라는 부제처럼 가슴 아픈 이들에게 건네는, 진주처럼 영롱한 따뜻한 정성이 은은한 빛깔로 보듬어 준다.

  저마다 무슨 일인가로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날을 샌 존재들에게”(황인숙 시인, 추천의 글) 시인은 작은 햇빛 한줄기로 가닿고자 한다. 때로 생경하고 낯선 고통 앞에서도 아파도 외로워하진 않으리라결심하며, 맑고 고운 언어들이, 우리의 상처와 슬픔에도 환한 꽃등하나씩 밝혀주고 있다.

  숙명처럼 다가오는 아픔과 슬픔을 내치지 않고 정겹게 길들이되 그 곁에 머물기 위해서는 인내와 겸손이 필요하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며. “내내 아파하는 이들에겐/마음껏 그리워하라고 말하는 게/더 아름다운 위로가 아닐까”(이별의 아픔) 일러주며. 다만 들키지 않게/꾸준히 기도해주고 그가 잠시 웃으면/같이 웃어”(슬픈 사람들에겐)주는 방법으로. 우리는 나란히 이 아픔을 건너갈 수 있다.

  시인의 말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또 하루를 살아야겠다’, 밤에 잠자리에 들 때는 또 하루를 살았구나감탄의 기도를 바치면서, 기도하면서 우리 함께 길을 가기로 해요.”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