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새날의 아름다움, ‘바람’으로의 초대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12. 20. 15:31

#. 새날의 아름다움을 찬양하기 위해, 그리고 신체가 냄새, 소리, 빛을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우리는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화면은 화면일 뿐입니다. 빗장을 걸고 집에만 처박혀 산다면 안전을 위해 죽음과도 같은 권태를 대가로 치르는 셈이지요. 먼 곳을 내다볼 수 없는 초저공비행 같은 삶은 감옥 생활, 늘어진 속도의 삶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입니다. 그런 유의 정신적 댄디즘은 시간과 세월의 흐름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끔 주도면밀하게 애를 씁니다. 그러한 삶은 때 이른 노년을 불러들여서 청년을 노인처럼 만듭니다. 파스칼 브뤼크네르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 〈한국어판 서문가능성의 문을 되도록 많이 열어놓기를.

이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은 바이러스보다는 무기력이요, 질병의 위험보다는 죽음과도 같은 권태다.”

우리 인생에 바람을 초대하려면은 지금 시대의 무기력을 바로 고립진짜 경험의 부재라고 진단한다.

사생활의 장벽이 높아지면서 개인은 방 안에서 고립되고, 스마트폰과 콘텐츠에 매몰된 채 화면 안의 세상에서 멋진 일을 구경하기에 바쁘다. 바깥세상과 분리되어 자기 안에 갇혀버린 개인들은 진짜 삶을 경험하지 못한다.

진짜 삶을 살지 못하고 잠깐의 기분 전환만 반복하면서 에너지를 갉아 먹히고 무기력에 마비되어 버린다.

著者는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기도 전에 벌써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무기력과 권태를 떨쳐내기 위해서 생의 감각을 회복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집이든 방이든 밖으로 열려 있을 때만 폐의 구실을 할 수 있다. 그래야만 더욱 확장되고 순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문과 창이 꽁꽁 닫혀 있으면 폐는 위축되고 탁해 빠진 실내 공기만 들이마시게 된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바람이다. 바람은 안과 밖을 넘나들면서 가능성의 장을 넓히는 역할을 하는데, 일상의 관성에 잠식당한 현대인의 내면에 생각의 환기를 통해 바람을 불어넣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모험심, 에로스, 사생활, 일상, 실존, 탈주 등 15가지 단서를 따라 가는, 안팎을 넘나드는 바람이 우리에게 새로운 바람을 안겨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현명함이 아니라 가벼운 광기요, 영적인 치료제가 아니라 짜릿한 도취다.”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