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朴 鍾根 소장은…
서울에서는 눈발이 성성하여 어지럽기 까지 했는데 강릉은 봄날의 아지랑이를 만나는 듯 따뜻했다. 오후 시간이라 보건소에는 젊은 사람 몇 뿐이었다. 친절한 데스크의 안내를 맡아 소장실 입구에서 박 소장을 만났다. 사람 좋은 푸근한 인상이다.
준비된 자료 없이 편안하게 얘기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강릉시보건소의 연혁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강릉시의 역사적 배경을 곁들여 재미있게 들려주었다.
군 생활 3년을 빼고는 고향을 떠나 보지 않았다는 박 소장은 1977년 양양군보건소 근무를 시작으로 공직에 몸담은 이후 속초시보건소와 주문진보건출장소장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강릉시보건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공직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결핵관리나 기생충 퇴치 등 후진국 성 질환이 창궐하여 국민 평균 수명이 형편없었던 시기였습니다. 그런 암울한 시기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 까지 국민 건강의 최 일선에서 일해 왔다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습니다.”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신명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개개인의 역량 최대한 존중
- 강릉시보건소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USN 기반 원격 건강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의 성공적 수행과 강릉시의 의료관광 활성화 사업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원격 건강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은 전국 보건소 중 3곳이 선정되어 시범사업을 펼치기 때문에 강릉시보건소의 모범적 운영 사례가 전국의 표준화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고…”
- 올해를 의료관광의 원년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고령인구 비중이 늘어나고 지역적으로도 성장 동력이 그렇게 많지 않은 여건을 고려해 볼 때 가장 가능성 있는 사업 분야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 가지 면밀한 조사와 분석이 따라야 하겠지만 동해항만이나 양양국제공항 등의 시설을 활용하고, 특화된 진료 분야를 발굴해 낸다면 강릉시의 관광자원과 접목하여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 소장은 의료관광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높은 의료의 질과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서비스 가격과 차별화 된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할 것이라면서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주체별 역할 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정년퇴임 이후라도 이 분야 발전에 헌신하고 싶다는 개인적인 소망도 내비췄다.
- 만성질환관리 사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건소가 영세민 진료기관이라는 인식이 아직 까지 남아있어 사업 수행에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예방적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평균 수명의 연장과 더불어 건강 수명의 연장에 대한 기대감도 그 만큼 커지기 때문에 만성질환관리에 대한 스스로의 인지율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USN 기반 원격 건강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사업도 결국은 자신의 건강에 대한 인지율을 높여 질환 예방에 대한 참여율을 제고시키는데 한 몫을 할 것입니다.”
건강증진과 방문보건 담당 장 분성씨는 “보건소의 모든 사업을 만성질환과 연계시켜 포괄적으로 수행함으로서 주민의 참여도가 높다”고 했다.
박 소장은 易地思之를 생활 속의 지혜로 삼고 있다. 에피소드 하나.
방문보건대상자가 많은데 왜 담당자는 하루에 한 두 곳 밖에 돌지 않는가. 박 소장은 이런 의문을 풀기 위해 담당자와 동행하여 방문보건 대상자를 찾았다. 대낮부터 만취상태인 78세의 노인의 방에는 라면을 끓여 먹고 남은 찌꺼기와 음식물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방에 방치해 둬 악취가 진동을 했다.
“직원들의 애로 사항을 몰랐던 것입니다. 청소만 해주어도 한나절 다 보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죠. 어느 직분에 있던 자기 생각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것, 능력껏 열심히 뒷바라지 해주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고…”
직원들은 일을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역사 속의 사례를 들어 일깨워 준다고 했다. 마지못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일에 신명을 불어 넣을 수 있도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존중해 준다는 전언이다.
미국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문제점을 책상위에 올려놓고 솔직히 토의하고 직원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라고 했다. 솔직하면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해지고 커뮤니케이션이 정확해지면 일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과를 내주는 직원들이 너무 고맙다.” “직원들의 자질과 능력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응집력이 중요하다.” “합리적인 건의는 곧 바로 시정하도록 한다.” “일에 대한 열정과 창의성을 존중한다.”
이러한 말 속에는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그래서 “직원들의 레벨이 높다”는 박 소장의 말은 자랑이라기보다는 일에 대한 자부심으로 받아 들여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