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공공보건의료사업이 관심은 아니었다. 이 현숙 소장은 솔직히 자녀 양육문제 등 개인적 판단으로 공직에 몸을 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특별한 사명감으로 시작하지는 않았어도 1995년 직장으로 첫 출발한 여주군 보건소 관리의사에서 지금에 이르기 까지. “서로의 삶에 대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는 고맙고, 소중한 시간들”이라고 했다.
개업과는 달리 주민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파악하여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자부심, 예산의 효율적 사용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통해 보다 개선된 공공보건의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 볼 수 있다는 사명감 등. “개업해서 누릴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 보다 훨씬 값진 인생의 보람을 만끽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지 못해도 함께 울어주고 웃어 주는 것, 그럼으로써 自他가 만든 장애물을 넘는 것이 사랑의 삶이다. 보건소 사업은 하나하나가 사랑이 깃 들여 져 있지 않으면 그 효과를 배가시킬 수가 없다. 이 소장의 정성이 담긴 영양플러스 사업이나 노인보건사업, 불임부부 지원 사업, 지역 특화 건강행태 개선 사업, 맞춤형 방문건강 관리 사업 등도 결국은 담당자들의 정성과 사랑이 사업 성공의 첫 번째 요인이다.
“고맙다며 고구마를 비닐봉지에 담아 오는 소중한 정성들을 두고두고 잊을 수 없다”는 서로간의 믿음과 사랑이 청량하고 흐뭇한 행복을 만들어 내고 있는 원동력이다. “주민들의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는 없지만 서로가 같이 고민하고, 현재의 여건에서 최대한 그들의 입장을 존중해나간다면 결국 오랜 시간을 두고 볼 때 그것이 가장 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요?”
이 소장은 vivid란 단어를 가장 좋아 한다. 생생함. 밝고, 환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 그래서 장애인들과 개인적으로 잘 어울린다. 친하다. 자녀들도 틈만 나면 장애 시설에서 그들과 어울려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 포옹(Hug)할까요?" 이 소장은 장애우들과 포옹하기를 좋아 한다. 항상 처음 봤던 그대로 어울려 살고 싶다는 또 다른 표현이다. 퇴직 후에도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고 있다. ‘따뜻한 한결 같음’, 이것이 이 소장의 사랑 실천 법이다.
- 맞춤형 방문건강관리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취약계층 지역주민의 건강생활 실천 분위기 확산과 건강 환경 조성을 위해 찾아가는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기초 생활 수급자와 저 소득층 장애인,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건강위험 요인, 질환에 대한 자기 관리능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개인별 맞춤형 보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되고 있나?
“방문간호 전담 인력 10명을 구성하여 각 가구원을 직접 방문해 건강기초 검사, 건강행태 실태 조사 등 면접 요구도 조사를 실시한 후 우선 순위에 따라 고혈압,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재가 암환자 관리, 물리치료 등 맞춤형 방문건강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총3천5백여 가구를 대상으로 1만2천여회의 맞춤형 방문보건서비스를 제공한바 있다.”
- 다른 지역에 비해 아토피·천식 관리 사업을 먼저 시작했다.
“아토피·천식 관리 사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기 시작할 때부터 실시되었다. 도시지역 보다 그리 심각한 편은 아니었으나 지역적으로 전문 의료기관의 이용이 쉬지 않았던 것에 비춰 직원들의 열성적인 노력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아토피·천식 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자조모임을 실시, 천연비누, 스킨 등의 천연제품 만들기와 가정에서 아토피·천식을 관리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효율적인 관리법에 대해 강의하는 등 환자 가족들의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많이 적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자조모임에서는 각급 대학병원 관련 전문의를 초빙해 강의를 실시하고, 자조모임 회원들 간의 경험과 관리방법 등을 교환하는 등 아토피·천식 관리의 효율을 극대화 시키고 있다. 올해는 지역 내 5개 초등학교와 1개 유치원에서 아토피·천식 안심학교를 운영하는 한편 영양교육, 환절기 아토피·천식관리 등의 주제로 지속적인 자조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지역 주민들의 건강증진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 소장은 최근 들어 전에 읽었던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무크의 장편 <내 이름은 빨강> 이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다.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성경도 자주 읽는다. 이 책들을 통해 살면서 누구에게나 고민되는 문제들. 삶, 사랑, 인생에 대한 사려 깊은 지혜와 응답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같이 살줄 알아야 사람다움이 있는 것”, “똑 같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최선을 다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강요하지 말라”, “지위여하를 불문하고 서로 존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열정과 사랑의 힘을 회복시켜 준다. 차분한 어조 속에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 소장을 만나면서 특별한 느낌의 따뜻한 선물을 받았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