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용(許 溶) 원장은 매사에 빈틈이 없다. 다부진 체력만큼이나 맡은 일에 철두철미하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식탁 주변이 지저분한 것을 참지 못한다. 자신이 스스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그런 만큼 깐깐할 것이라는 오해를 받을 여지가 없지 않지만 워낙에 남을 배려하는 성격 탓에 주위에 사람이 많다.
여러 방면에 걸쳐 폭 넓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러한 품성에서 비롯된다. 국립의료원 흉부외과 전문의로 봉직하다 공직에 몸을 담을 때만해도 그를 아는 의료계 인사들은 갑작스런 결정에 상당히 놀랐다. 지금도 그러한 예는 드물지만 당시만 해도 임상의사가 행정업무에 종사하겠다고 가운을 벗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수검역소장을 거쳐 서울검역소장, 인천공항검역소장,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과 신설된 공공보건과장, 그리고 국제협력관을 역임하면서 그가 보여 준 공직자의 자세는 그러한 궁금증을 풀기에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지역 기관장으로 率先垂範하는 열성이나, 유관 단체장과의 원활한 협의를 통한 관련 업무의 효율성 제고 등은 그의 이러한 열정을 잘 보여주었다.
▶사실 별 무리 없이 주어진 업무에 안주하기 쉬운 공직자의 경우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가기란 그리 쉽지가 않다. 그가 검역소에 근무하면서 벌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친절교육이나, 개방형 PC교육, 불우 환자를 위한 무료진료 등은 일견 사소하게 보이지만 공직사회의 이러한 작은 변화가 그 의미 이상으로 국민과 더불어 호흡하는 공직자상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서 큰 가치가 있다.
잘 드러나지 않는 작은 일에서부터 깐깐하게 챙겨나감으로서 조직 내부 구성원들이 스스로 발전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게 하는 역할을 소리 없이 실천해온 것이다. 국립의료원 재직 당시 그 때만 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의료시혜를 받고 있던 행려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들에게 조그만 보탬이 되어 줄 수만 있다면 하는 바램에서 출발한 선택이지만 일을 통해 더 큰 보람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어진 자리에서 즐겁게 일하자”라는 열성적인 자세는 “기본에 충실하자”는 현실감과 조직 구성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노력에서 빛난다.
인천공항검역소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4년 당시 사스 등 신종 해외전염염병의 유입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인천공항 CIQ 지역에서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적외선감지카메라로 발열 의심환자를 색출하고, 역학조사관의 간이진료 후 격리병원으로 신속하게 후송하는 등 실제 상황을 방불케 하는 모의 연습을 실시하여 국내 검역업무에 대한 매뉴얼을 만드는데 큰 성과를 거둔 것도 이러한 그의 성품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복지부 국제협력관으로 제직하던 지난해 9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개최된 WHO서태평양지역 사무처장 선거 때에는 선거활동을 총괄 지휘한 전 재희 복지부장관 등 한국 대표단과 함께 각국 대표를 면담하는 등 열성적인 활동을 펼쳐 신영수 교수가 당선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밤잠을 설쳐 가며 선거 전날 마닐라 현지에서 활발한 지지 교섭활동을 펼쳤던 일들은 공직사회에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어진 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묻어 있었다는 평가이다. 그러한 성공적 지원 활동으로 정부 근정포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재활원장에 취임하면서 허 원장이 대외적으로 가장 먼저 한 활동분야가 각급 기관을 비롯하여 국내 유수의 병원들과 MOU를 지속적으로 체결하는 일이었다. 이와 더불어 국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등 국내 재활분야의 선진화에 혼혈의 힘을 쏟고 있다. “수술을 마친 급성기 재활환자의 효과적인 재활 치료는 물론 특수 클리닉의 성과와 향후 재활연구소의 다양한 성과를 다른 기관과 공유함으로써 보다 선진적인 재활 환경 조성 및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을 이룩할 수 있다.”는 신념이다.
“대한민국 장애인 모두가 우리의 소중한 고객“이라는 정신으로 장애인의 눈높이에 맞춰, 그들의 입장에서 업무를 풀어 나가겠다는 시각이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류 화송 약제과장과 임 장락 교육홍보과장은 맞춤형 보조기구를 리사이클링하여 신속 지급하는 시스템인 장애인 스피드 콜 센터 운영이나 지역사회 주민과 장애인을 위한 음악회 개최 등이 허 원장이 추진하는 ‘눈높이 업무’의 사례라고 소개해 주었다.
실제 재활병원에 입원한 환자도 아니면서 하루 평균 50여명의 장애인들이 재활원의 운동시설과 식당을 이용하는 등 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는 조금 나아졌지만 ‘3개월 입원’이라는 제한 조항(?) 때문에 재활원 인근에 방을 얻어 재활원의 시설을 이용하는 장애인도 상당수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번의 시간,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번의 인연,
「一期一會」의 자세로 항상 최선 다해
▶허 원장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왼쪽 벽에 「一期一會」란 휘호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맞은편에는 운보 김 기창 화백의 작품이 눈을 맑게 한다. 一期一會는 茶道에서 나온 말로 우려낸 차의 맛은 오직 그때 그 자리에서 단 한 번의 고유한 향과 빛깔을 지닌다는 의미와 일생에 단 한번이라는 생각으로 차를 대접하라는 뜻이 담겨있다.
또 지금 이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이 만남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 허용으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는 그의 소망도 결국은 지금 이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의 소중함,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한 긍지와 열의로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재활원장이 천직인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百練千摩”라고 응답했다. 그에게서 백번 연습하고 천 번 닦자는 생각 은 곧 진정한 마음으로 상대방과 '접촉' 하려는 노력, 一期一會가 던져주는 실천 요강인 셈이다.
▶허 소장은 남달리 많은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다.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이나 단체의 전화번호는 줄줄이 암기한다. 그리고 분주하다. 한 자리에서도 쉴 틈 없이 전화를 하고, 받는다. “소중한 인연의 끈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그를 아는 知人들은 그의 이런 모습에 대해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챙겨 주려는」마음 때문이라고 한다. 그와 같이 보건복지부에 근무했던 한 공무원은 “사람을 대할 때나 말을 할 때 자신감이 넘쳐있다.
업무처리는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식으로 군더더기가 없다.”고 했다. 평소 「인격과 추진능력」이 관리자의 요건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는 허 소장은 문학 등 다방면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대화 간간이 농담처럼 풀어내는 잠언이나 古事成語는 늘 주제의 정곡을 찌른다. 그의 정교하고 치밀한 성실성이 국립재활원의 보다 큰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을 기대한다. “아시아 최고의 국립재활원을 만들겠다.”는 그의 소망이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황보 승남국장/hbs54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