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메뚜기와 꿀벌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0. 5. 25. 12:38

옛날에 한 제사장이 "내 안에는 곰이 두 마리 있는데, 잔인하고 폭력적인 곰과 공감을 잘하고 남을 돌보는 곰"이라고 했다. 한 어린 소년이 물었다. "누가 이기게 될까요?" 제사장이 대답했다. "내가 먹을 것을 주면서 키우는 쪽이겠지.“

 

著者가 제시하는 이 우화는 '자본주의의 두 얼굴'이다. 책 제목인 '메뚜기와 꿀벌'(제프 멀건 지음)은 자본주의의 속성을 ‘메뚜기’와 ‘꿀벌’, 즉 ‘약탈자’와 ‘창조자’라는 대비되는 두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늘 약탈하고 갈취하는 '메뚜기'에게 보상을 해 왔고, 이는 자본주의가 지닌 부작용에 대한 신랄한 비판의 대상이 됐다. 著者는 이런 편견을 거부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자본주의를 바라본다.

 

'꿀벌', 즉 '창조하는 자본주의'도 분명 존재한다. 자본주의에는 창의적이고 타인에게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인정받는 면도 있다는 주장이다.

 

창조적 자본주의는 창의적인 테크놀로지, 자동차, 의료, 복지 등 다른 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행위가 좋은 결실을 얻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도록 만든다. 자본주의가 가진 장점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향후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혜안이 돋보인다.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 분야가 건강·교육·돌봄 같은 '녹색 산업' 쪽으로 옮겨 갈 것이고, 인간의 얼굴을 갖춘 자본주의의 잠재력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사람과 물질이 낭비되지 않고, 돈 못지않게 관계와 시간과 행복에 가치를 두는 새로운 자본주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회주의 정책 논란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2020.3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