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어둠의 사회’와 ‘밀크맨’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0. 5. 25. 12:35

 

지난해 영국의 맨부커 문학상을 받은 소설 '밀크맨'. 북아일랜드 출신의 작가 애나 번스가 "폭력과 불신, 피해망상이 만연하고 사람들은 가능한 한 최대로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곳에서 성장했다"고 회상하면서 쓴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화자 '나'는 열여덟 살 여성이다. '밀크맨'으로 불린 사내는 마흔한 살의 유부남. 그는 '우유배달부'를 뜻하는 호칭과는 무관한 삶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나'는 그 남자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소문에 휩싸였다. '나'의 형부를 비롯해 '어쩌면 남자 친구'로 불리는 연인마저 '나'를 비난했다.

 

테러가 난무하는 폭력적 현실 속에서 '소문의 폭력'에 직면한 '나'의 곤경을 통해 정치와 성별(性別), 일상이 모두 폭력에 지배된 인간 사회의 어둠을 재현한다. 조지 오웰의 '1984'처럼 현실에 기반을 둔 가상 사회는 지금 우리의 모습 그대로다.2019.12

【황보 승남, 사진 pixab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