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의학 속으로 들어와 잡거(雜居, 잠시 머물다 감)하거나 혼거(混居, 한데 뒤섞여 삶)하면서 서로 공존한다. 공존은 통섭(統攝)이다. 이 상황을 재주(在住)라 칭하고자 한다. 섞여 녹아 원래의 하나가 되는 통섭이 아니다. 의학과 문학, 둘의 통섭은 불가능하고, 그 효용성도 의문이 크다고 생각한다.”-유 형준 교수(한림의대명예교수).
유 교수는 “이러한 모든 신체와 정신의 문제와 변화 체험은 고스란히 문학의 소재와 주제다. 이 체험들을 문자 언어인 글로 표현하는 문학은 의학이 인간적으로 온전하도록 자극, 촉진하는 영향을 끼친다.”는 관점이다.
인문학적 토양에 기초한 의학은 문학이 들어와 살기 좋은, 즉 질병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에 어색하지 않은 거주 환경이 된다는 것이다.
의학과 문학의 접경에서든 아니면 이를 ‘醫文學’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 든, 의학이 문학을 통해(문학이 의학을 통해) 저 깊숙한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헤아린 뒤 생명 윤리에 어긋남 없이 그 고통을 덜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할 나위 없다는 생각이다.2019.10
【황보 승남, 사진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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