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Service

피렌치와 중세 소도시의 매력<下>

텅빈충만, 상선약수 2023. 7. 19. 15:31

  아름다움의 아이콘, 위대한 야외 박물관

  “거리의 상점에서, 도시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이어지는 풍경이나 영혼을 보여주는 기념물에 이르기까지. 피렌체는 수세기 동안 13세기 성벽으로 둘러싸인 보물창고이다.”

피렌체 시내가 한 눈에”=미켈란젤로 광장에 오르면 피렌체 시내와 아르노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오른쪽으로부터 두오모와 지오또의 종탑과 메디치가의 예배당과 베키오궁전의 종탑이 보인다.

  #. 이탈리아는 나라 전체가 미술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술의 도시이다. 로마, 바티칸, 피렌체, 밀라노, 베네치아 도시는 곳곳이 예술이다. 이름만 들어도 황홀한 작가들의 작품을 만나는 곳은 반드시 미술관만이 아니다. 미술관 밖 공공의 장소 즉, 성당과 분수, 광장의 조각품으로도 빛나고 있다. 그러니 이탈리아를 걷는 일은 곧 순간순간 예술작품들과의 만남이 된다. 알지 않고 걸으면 그냥 길일뿐인 그 고색창연한 길들이 알고 걸으면 예술이 숨 쉬는 아름다운 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더 여운이 깊다. 많은 사람들이 피렌치를 비롯한 이 도시들을 찾아 가는 이유이다. 그리고 토스카니 지역 인근 중세 시대의 소도시들은 르네상스시대의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곳곳엔 원시적 비경과 이야깃거리가 숨어 있다. 이 놀라운 도시들에 대한 무궁무진한 얘기는 첨언하지 않더라도 누구에게나 감동적이다. 묵직하게.

  아름다움의 아이콘, 피렌치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피렌체는 세계적인 아름다움의 아이콘이었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과 베키오다리와 같은 건축 걸작과 우피치 미술관,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전시되어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 등. 야외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르네상스의 요람이자 15세기 세계 예술의 수도인 이곳은 가장 오래된 역사적 중심지로,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박물관 중 하나를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상징적이고 독특한 풍경이 장관이다.

  두오모 대성당=이탈리아 피렌체의 랜드마크이자 크고 아름다운 주교좌 성당. 돔으로 유명하며, 이 성당의 돔은 이후 서양 건축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흔히 두오모라고 하면 이 성당을 말하는데, 정식 명칭인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꽃의 성모 마리아'라는 의미다.

  거리의 상점에서, 도시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언덕으로 이어지는 풍경이나 영혼을 보여주는 기념물에 이르기까지. 피렌체는 수세기 동안 13세기 성벽으로 둘러싸인 보물창고이다.

그 상징적 장소가 미켈란젤로 광장이다.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를 기리기 위해 지어진 이곳은 도시의 독특한 전망대 역할을 제공한다. 피렌체 전체 도시와 아르노 강을 감상할 수 있다. 광장 중앙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사본이 있다. 인기에서는 원본에 버금간다.

미켈란젤로 광장=노을 지는 저녁과 밤에 더욱 아름다운 곳이라고 한다. 광장 중앙에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 세워져 있다. 복제품이긴 하지만 피렌체에서 아쉽게 원본을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원본에 버금가는 인기가 있는 작품이다.

중세의 맨하탄, 산지미냐노

  솟아오른 탑이 지평선 위로 잘 보이는 이곳은 토스카나 전역에서 가장 상징적이고 유명한 목적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훌륭한 탑들의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발 델사(Val d'Elsa)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완벽하게 중세 분위기에 빠져들게 한다. 왜 중세의 맨해튼이라는 별명을 부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지역의 사암에서 자란 오래되고 다양한 베르나차 포도로 만든 화이트 와인인 베르나차디산지미냐노가 유명하다고 한다. 2006~2009년에 젤라토 월드 챔피언에서 연속 수상했다는 유명한 명문 제라토 상점에서 3유로 맛본 젤라토는 유명세를 빼면 거기서 거기이다.

베키오 다리=1345년에 건설된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 세기의 연인인 단테와 베아트리체가 만난 곳이기 때문에 더욱 낭만적인 장소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 다리와 주변에는 자물쇠가 많이 채워져 있다. 사랑의 징표인 자물쇠를 열쇠로 채우고, 열쇠를 강에 던져 버리는 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노, 소도시의 매력

  이탈리아 소도시의 매력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중세 혹은 근대에서 시간이 멈춘 곳 같은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즐비하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지천에 깔린 평원과 사이프러스길, 야생화가 넘쳐 난다. 깔끔하고 정돈된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길가다가 좋은 곳 있으면 차를 멈추고, 사진 찍고,

오르비에토=1580년에 완공된 고딕 양식의 대성당 누오바 예배당의 프레스코가 유명하다. 13세기의 건축물로는 주교관저, 포폴로 궁전, 파피 궁전 등이 있다. 중세 혹은 근대에서 시간이 멈춘 곳 같은 건물들이 아기자기하게 즐비하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몬테풀치아노의 와이너리

  기후가 딱 포도 키우기 좋은 곳이라 와이너리가 유명한 소도시이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상점 지하에 위치한 오래 된 와인 숙성 공장(?)을 보고, 판매원이 추천하는 와인을 구입했다. 오랜 친구와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불콰해진 얼굴로 이리저리 걸어 다녀도 좋을 만큼 평화롭다. 고지대에 위치하여 이곳에서 보이는 뷰 또한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도시 외곽에 주차하고 걸어가면 된다. 어느 곳에서 출발하든 모든 도로가 그림같이 예뻐서 말 그대로 로드 트립이다.

토굴 속 와이너리=커다란 오크통 가득히 와인이 담겨있고 숙성을 기다린다. 몬테풀치아노 지역은 기후가 딱 포도 키우기 좋은 곳이라 와이너리가 유명한 소도시이다. 오랜 친구와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불콰해진 얼굴로 이리저리 걸어 다녀도 좋을 만큼 평화롭다.

  그리고 로마에서=아침에 동네 빵집으로 빵을 사러 나간다. 빵집은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고, 거동이 불편한 인자한 늙은 노부부가 맞이한다. 우리가 먹는 빵은 아무리 비싸도 3유로를 넘지 않는데 그들 삶의 이력만큼이나 그 맛이 만만치가 않다. 빵집으로 가는 길에는 과일가게가 있다. 햇볕으로 단련된 과육들이 농익은 냄새를 풍기는 과일가게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붉고 노란 오렌지, 연두색과 자주색의 포도, 붉은 딸기 같은 것들이 길바닥에 나와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아침은 빵 몇 개와 커피, 과일로 끝내고 산책을 나간다.

  #. 그럼에도=매년 아들이 어디로 여행하고 싶으냐고 묻고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린다. 생각해보면 내 많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어떤 나라나 도시를 마음에 두었다 한동안 잊어버린다. 그러다 문득 어떤 계기로 다시 그곳이 떠오른다. 그리고 어느새 그곳에 가 있다. 그런 여행은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진다.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처럼. 장담하건대 앞으로도 그런 여행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사진, 황보 승남 hbs548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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