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시대의 주역, 보건소장

이 인영 서울 강북구보건소장

텅빈충만, 상선약수 2012. 11. 27. 10:49

 

“비전 제시, 솔선수범, 경청”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견 수렴과 경청,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중요

 

또 다른 길, 그 희망의 불씨

 

강원도 횡성의 작은 마을, 2남3여 중 넷째. 어렸을 때부터 의지가 강했다. 일단 목표를 세우면 어려움이 있어도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정진, 일을 매듭지었다. 넉넉하지 못한 집안 형편으로 대학에서 영양학을 공부하고 전공과는 동떨어진 분야에 취업을 했다. 당연히 적성에 맞지 않고 일의 효율도 오를 리가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평소 관심이 있었던 임상영양학으로 진로를 바꾼다. 그리고 좀 더 전문적인 지식으로 환자를 대하고 싶다는 생각에 의대를 선택한다. ‘적당한 학벌에 시집이나 잘 가면 되지’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의학공부’라는 어려운 길을 뒤늦게 시작한 것. 그 때 만난 남편의 적극적인 지지로 결혼과 함께, 아이도 낳고, 의사가 되었다. 생활이 어디 그렇게 수월한 건가. 시어른들은 졸업은 승낙했지만 더 이상의 수련은 허락하지 않았다. 힘껏 날개 짓하고 있는 새의 날개가 꺾이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절망하지 않았다. 또 다른 길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불씨를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갈매기의 꿈”처럼

 

이 인영소장은 1996년 고양시 덕양구보건소 진료의사로 그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진료를 하면서 보건사업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 것은 축복이었다. “지역주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소에서 역량을 발휘해 보리라”, 개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을 위한 건강정책을 만들고, 중재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보람. 더 많은 주민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정말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2002년 강북구보건소의 보건지도과장에 임용되어 오늘에 이른다. 자신감을 갖고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직원들과 더불어 조금씩 그 열매를 일궈냈다. “갈매기의 꿈”처럼. 2004년 강북구의 건강생활실천사업이 전국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고, 우수보건소로 선정되었다. 2003년과 2004년 연속 서울시 보건사업평가대회 최우수보건소, 구청 내 전화친절도 평가에서도 2004년 1년 연속 최우수부서로 선정됐다. 2005년과 2006년 건강생활실천사업 서울시평가 최우수 기관상, 2011년 서울시 보건소평가 최우수상을 받기 까지. 노력한 만큼 결실이 있었다.

 

방송은 건강지킴이의 架橋

 

그 자신 전국 보건소 최초로 지역유선방송인 큐릭스 ‘건강 클리닉’ 고정 코너에서 1년간 메인 MC를 맡았다. 주1회 방송을 제작하여 3시간 간격으로 방영했다. 지역에선 꽤 인기가 높아 2005년엔 ‘주부특공대 건강을 잡아라!’ 와 2006년과 2007년 큐릭스 뉴스의 건강 코너, 그리고 2009년 ‘야호건강만세’, 올해부터는 “건강 지킴이가 간다.” 공동 mc를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다.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가교로써의 역할. 이 모두가 공공의료를 좀 더 넓은 안목으로 볼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 대한공공의학회 학술이사를 맡아 보건소는 물론 공공병원과의 교류에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도 보건사업과 공공보건의 발전에 대한 열정에서 비롯된다.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 소장의 생활 철학은 “하면 된다. 안되면 되게 하라”다.

“저에게 가장 큰 교훈을 주었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었던 책은 “갈매기의 꿈”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같은 무리의 리더가 되는 주인공이 되고자 했던 것이지요.”

이 소장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한마디로 “비전 제시, 솔선수범, 경청”이다. 급격하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보건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 그러한 지식과 변화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비전을 제시하고, 직원들의 화합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견 수렴과 경청, 그리고 새롭고 어려운 일은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보건소는 지역주민의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습니다. 좀 더 큰 틀을 가지고 통합형 보건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보건사업을 수행하려면 직원들에게 동기를 유발하고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 속담을 가슴에 새기고 직원과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여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입니다.”

 

‘좋은 하루’ 긍정의 힘

 

우리 뇌는 ’평생 변화하는 공사장’이라는 말이 있다. 발견과 앎을 추구하는 뇌의 평생학습 능력은 놀랍다. 이러한 뇌의 잠재력을 자극하려면 서로가 서로에게 열광을 불러일으키는 응원의 문화가 필요하다. 이 소장은 조언한다. 낯설게 느끼고, 끝없이 발견하고, 간절하게 열망하고, 새롭게 연대하라고. 이 소장이 말하는 “비전 제시, 솔선수범, 경청”을 실천하는 전략인 셈이다. 우리를 뒤흔드는 체험을 통해서만 뇌를 깨울 수 있고, 그렇게 시작된 열광의 에너지는 함께 나눌 때.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는 신념이다.

사진기 뷰파인더로 본 이 소장의 표정은 한결같다. 웃었다. 잔잔하게. 그 미소는 새로운 것을 갈망하는 듯 했다. 그가 결코 ‘폼’으로만 살지 않았다는 얘기를 그의 얼굴이 하고 있다. 행복한 것은 그냥 지나가지만, 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열심히 최선을 다한 결과는 지나가지 않고, 반짝반짝 빛을 낸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좋은 하루’의 힘. 그 한결 같음, 그 정성까지도 사랑하라는 것, 인터뷰는 그러한 긍정의 힘을 발견할 수 있어 참 좋았다.

 

-건강친화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건강마을 카페 운영이 색다르다.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나고, 소통하고, 건강에 대한 의미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인력도 주민 지도자 중에서 자원봉사 방식으로 운영한다. 건강검진사업소를 설치, 간호사가 상주하면서 방문건강검진, 건강강좌, 운동교실 등 건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 2개소, 2014년에는 4개소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주민조직화 운동이 취약계층 건강증진에도 적용 가능한가라는 의문도 없지 않다.

 

“조민조직화는 빈곤 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으며, 저개발국의 개발전략으로 사용되고 있음에 비춰 저소득층의 사회 경제적 활성화를 통해 여타의 다른 기능까지 향상시킴으로서 건강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점이 높다. 특히 강북구 건강친화마을 프로젝트는 어디에서도 시행해 보지 않은 건강기금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건강취약계층의 건강 형평성 기금 조성이라는 정책적 의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업은 보건소와 주민 조직화 운동체가 효과적으로 결합함으로써 건강형평성을 제고하고, 궁극적으로 빈곤과 질병이라는 악순환을 끊어 내기 위한 시범적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자살예방사업을 중점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강북구의 자살사망률이 인구 10만명 당 37.7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1위다.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에 대한 제도적 접근을 위해 강북구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에 관한 조례 및 시행규칙을 제정하는 한편 경찰서, 응급의료기관, 소방서 등 지역사회 협력체계 구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자살예방지킴이(Gate Keeper)를 구성하여 고위험 군에 대한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도시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1월 WHO 국제 안전도시 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래 어린이 생활안전 인형극 공연, 낙상 고위험 노인 안전지팡이 대여 사업, 안전도시 실무위원회 개최, 유아담당교사 생활안전교육 실시, 국내‧외 안전도시 네트워크 참여, 영유아 손상 감시 시스템 운영 등 안전도시 전반에 관한 사업을 차질 없이 수행해 왔다. 12월6-7일 현지 실사를 받으면 내년 6월 중 공인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 공간의 안전은 물리적ㆍ사회적ㆍ경제적 요소에 대한 종합적 시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지역 안전관련 전문가를 중심으로 안전한 도시로 새롭게 디자인해 나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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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친화마을 만들기 사업

 

주민 조직화 운동-건강형평성 증진 일환 추진

통합적인 건강모형개발, 건강형평성 기금 투입

주민 친화형 건강마을카페 운영 건강역량 강화

 

강북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 전체 사망률, 만성질환 유병률, 중증 질환에 대한 의료 접근성이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건강 형평성 지표가 서울시 내에서 최하위 수준이다.

강북구는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지난 3월부터 건강친화마을 만들기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 인영 소장은 “주민 조직화 전략을 통해 취약계층 및 밀집주거 지역에 건강역량을 강화하고, 나아가 건강 형평성 증진 및 빈곤 예방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강북구보건소가 2차에 걸쳐 실시한 지역사회 예비조사결과 주민들은 의료 접근성 향상, 위험한 환경 개선, 주민 모임의 형성, 어린이 교육 사업에 대한 필요성을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강북구보건소는 일차적으로 주민 조직화 사업의 일환으로 ▲이웃 모임 조직화 ▲주민지도자 양성 ▲건강마을카페 등 공동체 회관 조성 ▲건강마을 만들기 주민 워크숍을 매월 개최하고 있다.

또한 건강역량 강화사업으로 ▲주민참여형 마을 건강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간호사 한 명이 상주하는 주민 친화형 건강카페를 운영하고 있으며, ▲걷고 싶은 마을 만들기와 ▲안전도시사업과 연계한 워킹 스쿨버스 사업을 전개하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이 소장은 향후 지역주민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건강마을 기금 조성이 달성될 경우 보다 탄력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차 모금액 규모는 1억원. 이 소장은 이와 더불어 자발적인 마을협의체 조직, 협동조합 및 사회적 기업 창립 등 사회적‧경제적 정책 대안 개발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사업은 특히 주민 조직화 운동과 건강 형평성 사업의 통합적 건강모형 개발, 주민의 자발적 역량이 형성된 마을에 건강형평성 기금을 투입함으로서 건강친화마을 사업의 전국적인 확대에 대한 정책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