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으로 읽는 마음 한 줄 67

“사랑이라고 부르는 기억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모든, 건널 수 없는 것들과 모든, 다가오지 않는 것들과 모든, 참혹한 결핍들을 모조리 사랑이라고 부른다.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김훈의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기억들'중에서. ​ 작가 김훈은 수줍은 소년처럼 사랑의 기억을 에둘러 표현한다. 모든 닿을 수 없는 것들과 참혹한 결핍이 바로 사랑이라고. 기억조차 아스라한 옛사랑의 모습부터 고통스러운 최근 사랑의 고백, 세월의 향기 속에서 깨달은 삶과 사랑의 지혜. ​ 그리고 이 모든 지난 일들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지혜는 연륜으로만 깨닫는 것인지. 彼我의 구분이 너무 적나라한 현실이 안타깝고, 삭막하다. ​ 자기만 善이라는 아집에게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기억들'이 가슴 한 구석, 차지할 수 있기를. 그나..

모든 것은 그 자리에

"세상을 하직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지금, 나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점을 신뢰한다. 인류와 지구는 생존할 것이고, 삶은 지속될 것이며, 지금이 인류의 마지막 시간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 신경의학자 올리버 색스의 미발표 에세이 '삶은 계속 된다'는 이렇게 끝맺는다. 암 투병 중이던 색스는 현대사회에 '엄청난 규모의 신경학적 재앙'이 닥쳐올 것이라 예견한다. ​ 그럼에도 '좋은 과학'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확신한다. 과학에게 바치는 신뢰와 존경이 마지막 방점이다. 말 그대로 인생은 정말 길다. 계속될 것 같은 불행들도 결국은 끝날 것이고, 그 다음을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 “품위, 상식, 선견지명, 불행한 사람과 가난한 사람에 대한 관심 같은 인간의 미덕을 바탕으로 수렁에 빠진 세상에 희망을 ..

열정의 배신

좋아하는 일을 하면 저절로 행복해지고 성공한다는 ‘열정론’. 하지만 칼 포트 조지타운대학교 교수는 「열정의 배신」에서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이 틀렸을 뿐더러 위험하다고 단언한다. ​ ​ 많은 사람은 애초에 열정을 품고 있지 않으며, 또 열정은 일을 사랑하게 되는 법과도 무관하고, 오히려 이를 맹신하다가는 현실의 벽에 부닥쳐 실패하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 ​ 그럼 열정보다 중요한 건 무엇일까?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실력을 쌓고’, ‘지위보다 자율성을 추구하고’, ‘작은 생각에 집중하고, 큰 실천으로 나아가라’가 그것이다. ​ ​ 장인처럼 오로지 일 잘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 물론 실력만으로 행복을 보장할 순 없다. 저자는 구체적 실천 법으로 “자율성을 추구하되 함정에 빠지지 말고, 사람들이 기꺼이 돈..

「고민이 고민입니다」

지금, 당신의 머릿속을 꽉 채운 고민은 꼭 해야 하는 고민일까? 혹시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은 고민거리에 파묻혀 산다. ​ 고민이 계속되면 마음은 콩밭에 가버리고 정작 중요한 일을 놓치고 만다. 걱정과 불안을 느끼며 심리적으로 힘겨워하기도 하고, 업무의 효율이 떨어져 직장에서 성과를 내기 힘들 수도 있다. ​ 著者는 말한다. 고민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고민을 ‘잘’하는 기본 원칙은 고민할 이유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 불필요한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고, 진짜 중요한 고민에 집중해 머릿속을 간결하게 만드는 것. 그러면 비워진 자리에 더 많은 경험과 행복을 채울 수 있다. ​ 고민에 휘둘리거나 압도되지 않고 고민을 관리할 수..

희망이라고 하는 것

희망이라고 하는 것, 어떤 사람에게는 사치라고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희망이 과소비라고도 이야기하는 경우들이 있다. ​ 심지어 어떤 사람에게는 희망은 꿈과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현실에서 희망을 갖는다고 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서의 희망을 바라보는 모습들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지금 한번 실패했을 뿐이라는 그런 면역력이 분명히 필요하고, 끝까지 희망을 선포할 수 있는 부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희망을 이야기하는 것은 공짜이다. 그러나 공짜라고 해서 그 결과가 나중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희망을 끝까지 이야기하다가 보..

다 같이 비겁해지기

우리는 삶의 시간이라는 강물위에 떠 있는 배. 강물이 부드럽게 흐르듯, 시간은 부드럽게 흐르는 것이 순리다. ​ 하지만 문명은 시간을 끊임없이 분절해왔고, 문명이 정교해 질수록 인간의 삶도 정교하게 분절돼 왔다. 신과 인간의 분절, 그리고 믿음과 사랑의 분절에 대하여. 다음 생은 부디 단절되지 말기를, 그리고 머뭇거리지 않기를. ​ 18세기 영국 작가 새뮤얼 존슨은 이렇게 말했다. "다 같이 비겁해지면 평화로워진다. 인류의 절반은 용감하고 절반은 겁쟁이라면, 용감한 자들이 늘 겁쟁이들을 윽박지를 것이다. ​ 만일 모두가 다 용감하면 늘 서로 싸우며 대단히 불편한 삶을 살게 되겠지만 모두가 겁쟁이면 우리는 함께 잘 살 것이다." 우리 모두 조금만 비겁해지자. 그러면 세상은 뜻밖에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

'완벽'이란 늪

적당히 좋은 것이 완벽보다 낫다. 비극은, '남과 다르게' 완벽해지려 애썼더니 '남들처럼' 완벽한 사람이 되고 만다는 데 있다. '완벽주의의 모순'이다. ​ 자신만 의자 위에 올라서면 남보다 돋보이겠지만 모두가 의자 위에 올라서면 다 같이 평범해지고 만다. ​ ‘클라우스 베를레’는 「완벽주의의 함정」에서 "적당히 좋은 것이 완벽한 것보다 나은 법이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잘하려고 약점을 교정하기보단 강점을 더 키우라"고 권한다. ​ 인생의 '성공'은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다. 만족스러운 직업, 재정적 안정, 행복한 가정, 건강한 신체, 좋은 친구, 열정을 좇는 자유…. ​ 심리학자들은 인생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오는 개인적 특성 가운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2가지 요소를 꼽는데, 바로 지적..